인텔 팻 겔싱어 CEO 앞에 놓인 3가지 과제

권봉석 기자 2021. 2. 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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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nm 공정 세부 계획·인재 영입·장기 로드맵 '급선무'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인텔)

인텔에서 VM웨어로 떠났던 팻 겔싱어(Pat Gelsinger)가 15일(미국 현지시간) 인텔 CEO로 취임하며 복귀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달 13일 인텔 이사회가 팻 겔싱어 영입을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팻 겔싱어는 15일 취임 일성으로 "신임 CEO로서 기술 발전의 모든 측면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회사의 위대한 아이콘을 되찾아 다시 미래의 리더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정말 감격적이며 인텔의 최고의 날은 우리 앞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7nm 공정 프로세서 생산 계획과 인력 확충, 향후 로드맵 등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 7nm 프로세서 내부/외부 생산 결정 시급

인텔은 올 초만 해도 2020년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7nm 공정 관련 상세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팻 겔싱어가 CEO로 돌아오면서 각종 중요한 의사 결정은 일시정지 상태다.

팻 겔싱어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바로 2023년 7nm 공정에서 생산될 프로세서의 배분이다. 어느 제품을 내부에서 생산할지, 또 얼마만큼을 외부 파운드리에서 위탁생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TSMC 위탁 생산을 결정할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사진=TSMC)

팻 겔싱어 역시 "외부 파운드리 활용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본인이) CEO에 정식으로 취임한 후 밝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인텔 프로세서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업체로 TSMC와 삼성전자가 꼽힌다. 그러나 TSMC에는 인텔 뿐만 아니라 애플, 퀄컴, AMD 등 다른 업체의 생산량이 몰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 생산 1년 전부터 생산 물량 확보가 필요하다.

■ 프로세서·미세 공정 관련 인력 확대 '숙제'

프로세서 등 핵심 제품과 생산 공정을 연구·개발할 중량감 있는 인력 영입도 팻 겔싱어의 과제 중 하나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재임하던 2017년 11월에는 애플과 AMD를 두루 거친 그래픽 전문가인 라자 코두리가, 2018년 4월에는 AMD, 테슬라, 애플을 거친 프로세서 전문가인 짐 켈러가 인텔에 합류했다.

짐 켈러는 인텔 합류 2년만에 사직 후 현재 캐나다 AI 칩 스타트업에 재직중이다. (사진=인텔)

그러나 짐 켈러는 지난 해 6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인텔을 떠났고 올 초 캐나다 AI 칩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라자 코두리가 수석 부사장으로 프로세서와 그래픽칩셋, 소프트웨어 등 모든 제품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팻 겔싱어가 인텔 복귀 의사를 밝힌 뒤로 30년 이상 인텔에 재직했던 전문가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텔 정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미세 공정 관련 전문가 영입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머시 렌두친탈라는 7nm 공정 지연 표면화 직후 인텔을 떠났다. (사진=인텔)

2016년 퀄컴에서 영입된 머시 렌두친탈라는 클라이언트 칩 및 IoT 사업을 총괄하고 있었지만 인텔이 7nm 공정 지연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해 8월 인텔을 떠났다. 이후 미세 공정 관련 기술 개발은 앤 켈러 수석부사장(박사) 지휘 아래 있다.

■ 근본 문제인 '미세공정' 여전히 뜨거운 감자

AMD의 추격과 애플 이탈 등을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인 7nm 이하 미세공정 관련 시행착오는 사실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텔은 지난 달 실적발표를 통해 '7nm 공정의 회복'을 선언했지만 주식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텔 주가는 지난 해 7월 실적 발표 직전까지 주당 60달러(약 7만2천원)를 유지하다 10월 말에는 45달러(약 5만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경쟁사인 AMD 주가는 지난 해 7월 이후 지속 상승해 현재는 주당 90달러(약 1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

최근 5년간 인텔(INTC)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지난 해 말에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가 인텔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라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중순 팻 겔싱어 복귀가 공식화되자 주가는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CEO 교체에 따른 긍정적인 전망이 낳은 '컨벤션 효과'에 가깝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섣불리 자체 반도체 생산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인텔은 2018년 전세계 4개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14nm 프로세서 수급난을 잠재웠다. (그림=인텔)

인텔은 2018년 하반기 이후 약 1년 반동안 14nm 공정에서 생산된 프로세서 수급난을 겪은 바 있다. 이후 생산 시설 조정과 신규 투자 등을 통해 이를 가까스로 해결했다. 경쟁사인 AMD는 TSMC에 제품 생산을 위탁하며 7nm 공정을 얻었지만 지난 해부터라이젠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칩셋 등 모든 제품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아닌 대만이나 중국 등에 반도체 제품 생산을 완전히 넘기는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도 불가피하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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