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이지만 펜데믹 어떤지 봐야한다"..코로나 사투현장 담은 의사

임보미기자 2021. 2. 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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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며 심장박동을 모니터하고 있는 의사 몰리 그라시니.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내가 매일 일하며 보는 이 모습들을 공유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이 펜데믹 동안 매일 목격하고 있는 엄청난 인간의 고통은 생생히 비극적이고 결코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도 이 펜데믹이 어떤지를 봐야 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매 시간 두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이 사망은 모두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집에 머물고 마스크를 써 달라. 서로를 돌봐주고 받을 수 있을 때가 되면 백신을 접종해라. 함께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USC 메디컬센터 응급실 수석 레지던트 스캇 코브너(29)는 지난해 12월무렵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으로 채우고 있다.

중환자실 병실이 부족해 앰뷸런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 코브너는 “병상을 기다리다가 심장마비로, 뇌졸증으로, 자상으로, 맹장염으로 죽는 사람이 있다”고 호소했다.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LA 타임스는 15일(현지 시간) 코브너가 라이카 M6, M10 카메라로 담은 USC 메디컬센터의 순간들을 전했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교 의학인문학 및 의학사 교수는 “단순히 참혹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 아니라 내부자의 관점이 담겨있는 이 사진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이러한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특히 의사나 간호사들이 직접 찍은 사진은 그 진실성을 높여준다”고 평했다.

지난해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코브너는 이 펜데믹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이후 휴무일마다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나왔다. 병원 안에서 펜데믹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며 이를 사진으로 남겨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코브너는 “우리의 일상이 그 어떤 화려한 캠페인이나 증언보다 인간애와 인간의 사투를 훨씬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브너는 휴무인 날에만 카메라를 들어 자신이 치료에 개입한 환자의 사진은 찍지 않았다. 병원 역시 코브너에게 펜데믹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 차원에서 촬영을 허락했고 그는 촬영 때마다 해당 환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

에피네프린(심정지 등 긴급 시 주사하는 응급약물) 을 받기위해 손을 뻗고 있는 간호사 도리스 롤던(오른쪽)과 그 옆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는 간호사 제러미 힐(왼쪽), 그 뒤에서 환자에게 삽관을 준비하는 의사루벤 거즈만(가운데)의 모습.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누구보다 응급실이 돌아가는 생리를 잘 아는 그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분주한 응급실 모습을 생생히 포착했다. 에피네프린(심정지 등 긴급 시 주사하는 응급약물)을 받기위해 손을 뻗고 있는 간호사와 그 옆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는 다른 간호사, 그 뒤에서 코로나19로 죽어가고 있는 환자에게 삽관을 준비하는 의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대표적이다.

코브너는 경찰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늘 공적인 일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전공도 응급의학을 택했다고 밝혔다. 뉴욕대에서 전공 공부를 마친 그는 미국 최대 공공의료시설 중 하나인 USC 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봄 뉴욕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때 TV 뉴스에서 동료들이 코로나19와 씨름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화면에는 자신에게 어떻게 호흡기를 사용하는지 가르쳐줬던 선배, 동료들이 있었다. 당시 그가 머물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코로나19가 크게 퍼지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며 USC 병원 응급실은 어느 때보다 한적했다. 그는 적막한 응급실에서 죄책감을 느꼈다.

코브너가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를 만난 건 지난해 여름이 지나서였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를 잊지 못 한다. 50대 여성으로 고열로 온몸이 젖은 상태에서도 보호 장구로 전신을 덮은 자신에게 “나보다 더 덥겠다”고 농담을 건넸던 환자. 의료진은 상태가 악화된 그 환자에게 마지막 수단으로 삽관을 하기로 결정했다. 코브너가 누군가의 마지막 인사를 대비해 페이스타임을 준비한 것도 그게 처음이었다. 의료진은 삽관 후 환자가 의식을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환자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환자의 딸은 코브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코브너는 자신이라면 정말 사랑했다고, 함께 있어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하지만 전화가 너머에서 듣고 있다고, 당신이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진은 삽관을 준비하면서 모두 울었다. 코브너는 “마스크에 가운까지 온몸을 덮고 있어 눈물을 닦을 수도 없었다. 눈물이 그냥 계속 맺혀있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환자는 사망했다.

의사 다리아 아시프축이 호흡곤란에 시달리고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삽관을 준비하고 있다. 수술실 바이털 모니터에 나오는 환자의 호흡수는 47(1분당 호흡수)로 정상치(16~18회)의 3배 수준이다. 스캇 코브너 인스타그램
또 다른 사진에서 코브너는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삽관을 준비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N95마스크에 안면보호대를 찬 의사는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환자 뒤에 서 있고 간호사는 주사를 준비하고 있다. 수술실 바이털 모니터에 나오는 환자의 호흡수는 47(1분당 호흡수)로 정상치(16~18회)의 3배 수준이다. 이 사진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의사 다리아 아시프축은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고 “내가 저렇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삽관 직전의 고요하고 심각한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을 공유하며 코브너는 이렇게 적었다.

‘삽관은 응급실 의사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물론 대게 호흡기를 단 환자들은 보통 하루이틀 내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펜데믹 동안 우리는 환자가 마지막으로 볼 지도 모를 얼굴이 되어갔다. 회복하는 환자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마스크를 써 달라. 당신의 휴일 하루가 누군가의 인생을 앗아갈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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