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새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B1525' 또 발견..중화항체 무력화 가능성

국내에서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해외입국자들에게 식별 스티커를 부착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진은 덴마크와 미국, 호주를 포함한 10개국에서 이뤄진 유전체 분석을 통해 ‘B1525’라는 변이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재까지 영국에서만 B1525 변이바이러스 감염이 32건 보고됐다. 지난해 12월 영국과 나이지리아에서 출현한 것으로 추정됐다. 

에딘버러대 연구진은 B1525 변이바이러스가 영국에서 기존에 발견된 변이바이러스 ‘B117’과 유전적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에서 발견된 변이와 같은 ‘E484K’를 포함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E484K를 지닌 변이바이러스는 체내에 생성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항체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레딩대 세포미생물학과 교수는 “새롭게 발견된 변이바이러스가 전파력이나 코로나19 중증 질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E484K가 포함된 변이바이러스는 일부 백신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발견된 기존 변이바이러스인 B117은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에서 전파돼 현재 82개국으로 확산됐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기구인 ‘지사이드’에 따르면 영국의 B117 변이바이러스 사례는 15일(현지시간) 기준 전세계 6만6090건에 달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B117 변이바이러스가 다른 변이바이러스에 비해 30~70% 더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B117에 감염된 환자들과 다른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의 입원율과 사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기구인 ‘지사이드’에 따르면 영국의 B117 변이바이러스 사례는 15일(현지시간) 기준 전세계 6만6090건에 달한다. B1525 변이바이러스 사례는 전세계 11개국에서 108건이다. 

국내에서는 영국 B117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지난 14일 기준 75명으로 집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바이러스 감염자는 13명, 브라질 변이바이러스 감염자는 7명으로 국내 변이바이러스 총 감염자수는 94명이다. 

전문가들은 E484K를 지닌 변이바이러스가 중화항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현재 승인된 백신의 설계 전략을 신속하게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빈드라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임상미생물학과 교수는 “E484K 변이를 포함한 변이바이러스는 항체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바이러스에 중화 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가 이달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공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 변이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