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너도나도 '서울시 연정'.."구체적 구상없는 논의 무의미"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가 '공동운영', '연립시정' 논의로 불붙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 구상이 빠진 현 수준으로는 선거용 카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이 이처럼 연정에 화답하는 이유는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지지율만으로는 서울시장 당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 대표 등의 중도 지지율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번 연정 논의에 정작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 나온다. 연정의 핵심인 시정 운영의 대전제나 구심점이 될 정책 설명이 빠졌기 때문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전날 "'공동운영'이라는 용어 선택에 오해가 있다"며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제안한 연립 지방정부는 각 후보들이나 각 당 간의 공통 정책과 공통의 공약, 공통의 시정 운영 계획을 함께 점검하면서 진행돼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만큼이나 정책과 공약 부분에 대한 단일화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대통령제 아래에서 지방 연정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꽤 많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연정의 수순인데, 연정을 해서 어떤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구체적 방향성을 먼저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물 단일화나 자리 나눠먹기 수준에 머무는 논의로는 진정한 연정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서 대표는 "무엇을 가지고 연합을 할 건지 그 전제가 없으면 연정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구체적 구상이 중요하다. 연정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책 연합을 해야 하는 것이고, 시정 운영을 할 때 합의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뒤 내각을 나누는 것이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서울시 연정의 실현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연정은 보통 다당 체제에서 어떤 이슈를 놓고 양당이 손을 잡아 공동 당선되는 것인데, 연정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리 정책 등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 후보자 캠프에서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단일화 수준을 벗어난 그 이상의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는 뜻이다.
오 전 시장 측은 "구체적 방안은 아직 없다"며 "당시 발언 자체가 단일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단일화라는 게 아름다우려면 상대방의 무언가를 받아드린다는 것이니까, 좀 더 나아가서 공동운영까지 해보는 것도 좋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 측은 "공동운영과 관련해 후보 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 경력 40년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정 논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 비대위장은 전날 "서울시에 어떻게 연립정부라는 게 형성될 것인가"라며 "서울시 연립정부는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정 대망론으로 '중도층 표심 잡기'라는 목표는 쟁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 유권자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표를 줄 때 가장 냉정하다"면서 "서울시민들이 표를 줄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단순히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자'는 것으론 설득이 안 된다. '우리가 힘을 합쳐서 운영하면 서울시가 어떤 면에서 더 나아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표를 달라'라고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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