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의 일상이 역사가 된다..'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
[경향신문]
“오늘은 자가격리된 날, 프레첼을 만들고 게임을 했다.” “언제쯤 이 악몽에서 깨어나 마스크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안아볼 수 있을까요” “응급실이 환자들로 가득 찼어요. 집에 오는 길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핀 걸 보았어요. 아직 겨울인데…눈물이 났어요.”
훗날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떻게 기억할까. 확진·사망자 수 등 숫자와 공식기록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팬데믹 시대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https://pandemic-journaling-project.chip.uconn.edu)’에 다양한 국적과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매주 성실하게 기록한 일상이 쌓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디지털 다이어리’로 팬데믹 시대를 살며 느끼는 것을 매주 한편씩 웹에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글이 공개되며 나머지는 아카이브에 보관된다. 처음엔 영어를 쓰는 북미권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현재는 스페인어 서비스도 오픈되는 등 점차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코네티컷대와 브라운대의 인류학·사회학 교수들이 제안해 시작됐다. 프로젝트 웹사이트에는 “보통 역사는 힘있는 자들에 의해 쓰여지지만, 코로나19의 역사는 그렇게 되도록 하지 맙시다”라고 쓰여있다. 프로젝트를 처음 만든 캐서린 메이슨 박사는 “(매주 글을 기록하기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어떤 내면적인 변화를 겪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팬데믹이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최초의 ‘진짜 엑스레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된 게시물에는 약 9개월간 사람들이 느낀 생생한 감정들이 기록돼있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인 한 여성은 “끝도 변화도 보이지 않는 이 기분이 영원할 것 같아 두렵다”고 전했고, 한 10대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집에서 하루를 더 지내느니 차리라 홈리스가 되고 싶다”며 갑갑함을 표현했다. “상담한 175명 환자 중 111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절망감을 털어놓은 의료노동자도 있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과 죄책감을 털어놓거나, 기후변화와 인종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친척 5명을 잃은 한 10대 학생은 “처음엔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할아버지를 잃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이겨내도록 돕고 있다”고 썼다. 운영진은 “여러운 시대에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때 잠시나마 슬픔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기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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