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우수 대부업체 모은 '1부 리그' 도입 추진..업계는 "글쎄"

박소정 기자 2021. 2. 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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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대부업 나쁜 인식 걷어내는 계기"
대부업체 "3%만 진입할 듯…타격 불가피"
은행 "대부업체 자금 조달 혜택 동참 곤란"

금융위원회가 소수의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해 규제 철폐 등 혜택을 주는 ‘대부업 프리미어리그’ 도입 계획을 밝혔다. 마치 축구에서 상위권 구단들만 모아 따로 리그 경기를 치르듯 대부업체도 선별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뚜렷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는 소수의 잘하는 대부업체라도 순기능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대부업계의 부정적인 색채를 걷어낼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반면 대부업계에서는 프리미어리그에 포함되는 업체는 3% 정도에 불과할 것이고, 나머지는 사장(死藏)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위는 또 우수 대부업체에는 기존 캐피탈사·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심 중인데, 시중은행은 이에 동참할 유인이 거의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역에 있는 대부업체 간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치고 있다. /뉴시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올해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가운데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적 없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우수 업체에 대해 자금 조달, 영업 규제·제재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됨에 따라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면서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서민들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오자, 그 대책의 하나로 금융위가 내놓은 것이다.

금융위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진입 기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규제를 우회할 목적으로 취급하는 이른바 꼼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의 커트라인을 지정하는 방식 등 다각도로 진입 기준을 논의 중"이라며 "금융감독원의 제재 이력이 없다는 기준과 관련해서도 적용될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계에선 금융위 등록 대부업체 약 1400개사 중 약 3%에 불과한 50곳 정도만이 리그에 포함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도 100곳(약 6%)이 넘지 않을 거로 보인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대부업계 일각에선 소수업체를 제외한 대부업체 대부분에는 리그 탈락자라는 또 다른 낙인이 찍혀 업계가 사장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리그에 해당하는 업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전체 대부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시행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거나 직접적인 차별 규제를 철폐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이 시행안에 담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인센티브 중 하나로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 창구를 은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대부업체들은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대부분 은행은 내규를 통해 대부업체를 도박업체 등과 묶어 대출 금지업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결국 금융위의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은행의 자발적인 참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들은 현재로서는 참여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에 돈을 대주는 은행이라는 평판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선뜻 동참하려는 은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그렇게 결정한다면 은행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리그를 만든다고 해서 대부업체들의 건전성이 좋아지거나 자본금이 늘어나는 게 아닌데 과연 은행들이 대출을 취급하려고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장의 우려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제도가 불러일으킬 순기능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수의 잘하는 업체라도 건져서 관리해보자는 취지"라며 "대부업체는 무조건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는 순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부업이라는 나쁜 이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릇을 정부에서 만들어주면 민간에서도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은행의 동참을 끌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프리미어리그 도입을 통해 ‘대부업체는 억제하고 없애야 할 업권’이라고 여겨왔던 과거 정부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괜찮은 대부업체를 따로 관리하겠다는 판을 정부가 마련해주면, 은행도 긍정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3월 말 대부업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혜택을 담은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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