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30년 만에 3만선 뚫었는데..웃는 개미들이 없다

윤세미 기자 2021. 2. 16. 15: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비중 16%로 떨어져..일본기업 세계 시총 비중 6.8%로 감소

일본 증시가 30년 6개월 만에 3만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거슬러 버블 당시 수준을 되찾은 것이지만 과거의 축제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주가 상승의 혜택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폭넓게 돌아가지 못하는 탓이다. 일본 증시의 위상도 예전같지 못하다.

/사진=AFP

개인 투자자 소외된 랠리…"위화감 든다"
개인 투자자들이 랠리를 주도한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은 일본은행과 외국인 투자자가 이끌었다. 1980년대 버블 당시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버블 붕괴 후 트라우마에 갇혀 주식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소개한 일본인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닛케이지수가 3만선을 처음 돌파한 15일 도쿄에서 만난 한 50대 직장인은 "실물 경기와 비교하면 위화감이 든다"면서 "헤세이 버블 당시 같은 열정이 없다. 극히 한정된 일부 사람들만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일본 국민은 주식을 계속 팔아왔다. 30년 간 개인 투자자들이 팔아치운 주식 규모는 68조엔(약 710조5252억원)에 달한다. 1990년대 말 20.4%에 이르던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2019년 말 16.5%까지 떨어졌다.

버블 붕괴로 충격을 받은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이 없는 예금으로 몰렸다. 일본 개인의 금융자산 절반 이상은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며 주식 같은 투자상품은 13%에 그친다. 미국 개인의 경우 주식 같은 투자상품 비중이 45%인 것과 비교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판 주식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았다. 외국인 지분율은 1990년대 말 4.7%에서 2017년 말엔 30.3%까지 뛰었다.

일본은행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으로 일본 증시의 큰 손이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6조6000억엔 넘는 주식을 보유해 일본공적연금(GPIF)을 제치고 일본 증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일본 증시가 사실상 관제 시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은행은 오는 3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ETF 매입 전략을 검토할 예정인데 자칫 출구전략 신호를 발신했다간 증시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로는 추가 상승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오카니증권의 다카다 하지메 글로벌리서치센터 책임자는 "외국인이나 일본은행에서 벗어나 국내 투자자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많은 국민이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식 상승의 과실이 대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사회적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와세다대학의 이와무리 미츠루 교수는 "부자가 되지 못한 책임을 개인에 돌리는 사회는 절벽으로 돌진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면서 "이것은 버블 붕괴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3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위상은 예전과 달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일본 증시가 3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그 위상은 미국과 대적하던 당시와는 판이하다고도 전했다.

1990년 도쿄증시 시가총액은 2조9000억달러(약 3196조900억원)로 세계 시가총액의 31.2%를 차지, 33%를 차지하던 미국과 견줄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30년 새 미국 시총은 45조5000억달러까지 불어난 반면 도쿄증시 시총은 7조4000억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세계 시총 비중은 6.8%까지 줄었다.

일본 기업들의 존재감도 작아졌다. 1989년만 해도 세계 시총 상위 10개 회사 가운데 일본 기업이 6개에 달했지만 2001년에는 아예 10위 안에 이름을 못 올렸고 일본 최대 기업 토요타는 올해 1월 기준 세계 32위에 머문다. 범위를 세계 시총 상위 1000대 기업으로 넓혀도 1990년 341개를 차지하던 게 현재는 77개까지 쪼그라들었다.

한편 16일에도 일본 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랠리를 이어가며 1.28% 오른 3만467.75에 마감했다. 닛케이지수의 역대 최고 기록은 1989년 12월 29일에 쓴 3만8915.87이다.

[관련기사]☞ [단독]'5성급' 그랜드조선 제주 사우나에서 '알몸 노출'패딩 안에 속옷만 입고 찰칵…신재은의 '깜짝 도발'"내가 한 거 확실해?"…'학폭' 배구선수가 보낸 카톡김연경, 이어지는 미담…"관행, 실력으로 바꿨다"원숭이가 갓난아기 납치해 사망…인간에 대한 복습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