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기울기 '62.8도'.. 법원이 '세월호 구조실패' 김석균에 무죄 준 이유는

김민우 기자 2021. 2. 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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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구조에 소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1심의 핵심 쟁점은 선체가 기울어 승객들의 탈출이 불가능했던 오전 9시50분 이전까지 해경 지휘부가 퇴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업무상과실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허위 교신과 첫 구조에 나섰던 해경정장의 소극적 교신 및 보고 등으로 해경 지휘부가 퇴선 명령을 내릴 만한 명확한 정보를 알 수 없었던 점, 세월호가 예상보다 빨리 침몰한 것이 선체의 문제 때문이었음이 사후에 밝혀진 점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6일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세월호와 교신이 안정적으로 가능한 곳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였다. 진도 VTS는 오전 9시7분쯤 세월호와 사고현장에 있던 선박들과 교신하며 상황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 보고했고,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들의 퇴선을 결정하도록 독려했다.

이때 세월호 선장은 VTS에 '승선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다'거나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겠느냐'는 등 VTS나 상황실에 현재 선내에서는 퇴선 준비가 어느정도 이뤄졌다고 생각되게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승객들에게 객실 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만 하는 등 퇴선 준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첫 구조에 나섰던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씨가 세월호와 교신이 미흡했던 것도 영향이 컸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은 오전 9시18분쯤 김씨로부터 세월호와의 3차례 교신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김씨는 이후에도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오전 9시28분쯤 세월호로부터 호출이 있었는데 김씨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 세월호 선체는 우측으로 이미 45~50도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세월호 선장은 9시37분쯤 진도 VTS와의 교신에서 "좌현으로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탈출을 시도하라고 방송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선장이 몰래 구조선에 타 탈출하기 직전인 9시45분까지 선내 승객들의 탈출 준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세월호는 5분동안 분당 1.7도로 급격하게 기울어 62.8도까지 기울었다. 결국 해경 지휘부 등 각급 구조대는 9시50분쯤 퇴선 조치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 퇴선 조치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지난 2018년 8월 종합보고서를 통해 만약 세월호가 선체의 문제 등이 없었다면 65도정도 기운 상태에서 떠 있을 수 있었을 것이고 구조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 후 수년에 거쳐 다방면의 연구가 이뤄짐에 따라 급격한 속도로 기울어 9시50분쯤에는 이미 선내진입을 통한 구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123정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현장상황을 보고한 9시38~44분쯤부터 약 10분 남짓한 시간 만에 선내진입을 통한 구조 기회가 사라질 것을 예상하기 대비하기는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후에 확인된 것으로 당시 세월호 선장의 허위 교신과 통신 불량 등이 있었던 현장 정보만으로는 김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이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세월호와 안정적으로 교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진도 VTS인데, 세월호 선장은 '승선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다'고 했다"며 "위 교신내용을 보고받은 상황실로선 세월호에서 어느정도 퇴선준비가 이뤄졌고 퇴선 여부의 결정만 남은 상태였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퇴선 명령은 선박 총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 판단과 지휘에 따라야 한다"며 "김 전 청장 등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을 퇴선시키지도록 하지 못한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재판부 판결에 세월호 유가족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선고는 1시간 30여분동안 진행됐는데, 재판장이 선고 중 "피고인들의 과실이 없다"고 할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말이 안 된다"는 유족들의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재판장도 선고 후 이례적으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판장은 "세월호 사고는 모든 국민들께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고, 여러 측면을 살펴야 하고 법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판부 판단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고,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지지하든지 비판하든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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