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모론' 단속하던 中, 어떻게 음모론 퍼뜨리기 시작했나

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2021. 2.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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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9개월에 걸쳐 소셜미디어 등 분석
한때 '미국이 만든 생물무기' 동영상 올렸던 남성 구금
'미국 음모론' 러시아에서 먼저 시작
3월 자오리젠 대변인 트윗 통해 본격화
관영매체·공안·검찰 조직 확산 나서
교도소·지방교통방송 등도 동원
우한실험실 유출 가능성 힘 잃었지만
'미국에서 시작됐다' 여전히 위력
그래픽=고경민 기자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던 지난해 1월 26일 내몽골 출신의 한 남성은 이 바이러스가 미국이 만든 생물 무기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이 영상은 중국의 동영상앱 콰이쇼우에서 1만4천회 조회된 후 사라졌고 이 남성은 헛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공안체 체포돼 10일동안 구금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월초 이 남성의 손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고, 다리도 의자에 묶여 있는 모습을 내보내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헛정보를 퍼뜨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인민들에게 경고했다.

AP통신 캡처
미국 AP통신이 9개월에 걸쳐 트위터, 페이스북, 웨이보, 위챗, 유튜브,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미국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은 지난해 1월20일부터 이미 러시아 관영언론 등을 통해 유포됐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에서는 그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이고르 니쿨린(Igor Nikulin)이라는 사람이 코로나19가 미국의 생물무기라는 주장을 펴자 러시아 육군 매체 즈베즈다가 인용보도했다.

이후 두 달여간 친 크렘린 매체가 러시아, 스페인어, 아르메니아어, 아랍어, 영어 및 독일어로 유사한 생물무기 주장을 하는 70여회의 기사를 내보냈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으로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을 때였다.

2017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이자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다음날인 지난해 1월 24일 하버드대 출신의 일리노이주 법학교수인 프란시스 보일(Francis Boyle)은 중국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생물물기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었다는 메일을 지인 300명에게 보냈다. 근거는 없었다.

이후 보일은 몇주에 걸쳐 자신의 주장을 가다듬어 중국 과학자들이 바이러스를 자체 개발한 게 아니고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연구소에서 가져왔다는 이론(음모론)을 만들어 냈다.

이 음모론은 친트럼프 채널, 이란 방송, 러시아 정보부가 관리하는 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전파됐다.

AP통신 캡처
3월 9일에 '해피 리딩리스트'(Happy Reading List)라는 중국 위챗 계정에 매릴랜드 주 포트 데트릭 실험실에서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미군이 2019년 10월 우한에서 개최된 군인올림픽때 가져와 퍼뜨렸다는 글이 인용돼 올라왔다. AP에 따르면 누가 처음에 이글을 썼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이 글은 다음날 중국 관영 언론에 의해 아낌없이 다뤄졌고 이어 12일 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이 13분에 걸쳐 일련의 트윗을 하면서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자오리젠은 일련의 트윗에서 "0번 환자는 미국에서 언제 시작되었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병원 이름은 무엇인가? 우한에 전염병을 가져온 것은 미군일 수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설명을 빚지고 있다"고 썼다.

자오 대변인의 트윗은 향후 6 주 동안 최소 54 개 언어로 9만 9천 회 이상 인용됐다. 그의 글을 트윗한 계정의 팔로어를 합치면 거의 2억 7500 만 명이 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와 30개의 중국 외교 계정이 자오 대변인의 트윗을 지원했고 베네수엘라 외무장관,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계정도 자오 대변인의 글을 널리 퍼뜨리는데 일조했다.

자오 대변인의 글은 러시아, 이란 등의 매체에서 무비판적으로 인용되었고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웨이보에 자오의 트윗글이 올라 3억14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시망 캡처
3월 22일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거부했다. 이 때 국경없는 의사회가 이란에 도착했지만 다음날 이란 정부는 이 단체의 코로나19 원조를 거부했다.

코로나19 미국 음모론을 제기한 자오 대변인과 하메네이 주장 이후 중국국제라디오는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현실을 숨겼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기명 칼럼을 통해 미 육군 관할의 메릴랜드주의 포트 데브릭 연구소가 2019년 7월에 폐쇄됐는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은 향후 몇일 동안 국영매체에 의해 퍼날라졌고 중국의 공안, 검찰, 선전부의 SNS 계정, 심지어 교도소, 지방의 교통방송 등을 통해서도 선전됐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돼 전세계에 퍼졌다.

중국 국영 방송사 CGTN이 5월에 중국에서는 금지된 유튜브 채널에 으스스한 음악으로 설정된 포트 데 트릭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자 각국 언어로 번역돼 방송됐다. 심지어 슈스턴 TV방송국인 NTV까지 방송했을 정도다.

지난 4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출설' 현장 조사 나선 WHO조사팀. 연합뉴스
지난달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이 코로나19 기원조사를 위해 중국에 왔을 때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 명의로 전염병이 중국군과 연계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된 결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거짓말 쟁이의 마지막 광기"라고 비닌하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사실을 중시한다면 포트 데트릭 실험실을 열고 WHO 전문가를 초청하라"고 맞받아쳤다.

우한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WHO 전문가팀이 현지 조사를 거쳐 그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더욱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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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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