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국제관계 회복 외쳤지만 대사 임명은 '감감 무소식'

美대사직 이번에도 '보은 인사'?.."바이든, 트럼프와 달라"
WP "대사직 기대한 후원자, 직업외교관 앉히려는 바이든에 불안감"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선할 대사 자리를 놓고 '줄 대기' 경쟁이 심각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지명한 대사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뿐인데, 아직 공석인 대사직을 둘러싼 후보군 사이 물밑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WP는 전했다.

대사직을 둘러싼 경쟁은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4년 혹은 8년 주기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특히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전체 대사직의 절반에 거액의 후원금 기부자나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를 앉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 대사직 중 3분의1만을 정계 인사로 임명하고, 나머지는 직업 외교관을 인선하는 기존의 관례를 따를 것으로 보여 거액의 후원금을 내 대사직을 기대했던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거액 기부자를 챙기는데 훨씬 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감한 외교직에 친한 친구나 정치적 후원자를 앉히는 오명을 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보도에서 대사직 후보군이 거론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단 바이든의 '초당파'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화당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공화당 소속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은 다수의 언론에서 영국 대사로 거론됐고,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공화당 소속 제프 플레이크 전 상원의원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짐바브웨 대사 하마평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일본 혹은 중국 대사에,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부보좌관이던 줄리 스미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에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이같은 관측에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몇몇 희망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측근과 접촉하는 등 막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로리다 기부자 마이클 아들러는 이스라엘 대사를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액 기부자에 대한 대사직 제한을 약속하지 않아 경쟁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대선후보 경쟁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고액 기부자들에게는 어떤 대사직도 수여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선거 운동 기간 전통적인 모금 행사를 주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800명으로부터 최소 10만 달러씩 모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측근인 에드 렌델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이렇게 많은 돈을 양측에서 모금한 적은 없었다"며 "대사가 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한편 바이든 인수위는 내각 인사와 행정명령 등의 취임 초기 조치는 신중히 계획했지만 대사관 지명은 뒷순위로 여겼다고 WP는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2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3월까지 대사를 임명하지 않은 것을 강조하며 "대통령과 어떤 대사에 누구를 임명할지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이날 WP에 주한미국 대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주한미국 대사에 임명받은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퇴임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serendipit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