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신고 후 불이익받은 제보자 90%"
"68.7%는 성희롱·괴롭힘 동시에 당해
89%가 '수직적 권력관계'에서 피해 발생"
서울여성노동자회도 지난해 상담 내역 650건 분석
"25∼34세 미만 피해자가 56%..근속연수 '1년 미만'이 최대"
직장갑질119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직장갑질119 제보 전수분석을 통해 본 직장인 성희롱·괴롭힘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직장갑질119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접수한 신원이 확인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이메일 486건 중 자세한 피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364건의 메일을 분석한 결과, 89%가 ‘수직적 권력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 중 68.7%는 성희롱과 괴롭힘을 동시에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겪고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62.6%였으며, 신고를 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90.4%에 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장갑질119의 윤지영 변호사가 제보 사례들을 토대로 직장인들이 겪는 성희롱 괴롭힘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윤 변호사는 대부분의 직장 내 성희롱이 수직적 권력관계로부터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해자가 사업주 또는 대표이사인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의 범위가 성적 언동을 넘어 인사권한으로까지 확대되며, 성별 그 자체가 위계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욱 큰 문제는 수직적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은 이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윤 변호사는 “권력관계 그 자체가 성희롱의 원인은 아니다”라면서도 “이와 복합적으로 결부되는 근무환경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직장 내 성희롱이 반복적으로 다수의 피해자에게 나타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1회적 사건의 처리를 넘어, 사내 조직규범과 문화를 확립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나 신고 후 불리한 처우에 대해 맥락·배경을 따져 엄격히 감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근로감독관이 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 조치 위반에 대해서도 벌칙을 명시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가해자 및 피해자의 범위를 현행법 규정보다 확대하고, 이를 통해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나 고객과의 업무 과정에서 생긴 피해, 법상 근로자가 아닌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용자 및 가해자의 책임 강화, 실효성 있는 독립된 기구를 통해 조사와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 마련,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조치 등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운영 중인 ‘평등의전화’로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내역 통계도 공개됐다. 지난해 평등의전화로 접수된 전체 상담 940건(재상담 포함) 중 직장 내 성희롱 관련은 650건으로 69.1%를 차지했다.
상담 내역 분석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는 상사(53%), 법인대표(18.3%), 개인사업주(1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58%로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비율이 높았다.
상담자 중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제기 후 불이익 조치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였다. 이들 중 ‘파면·해임·해고·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 조치’를 당한 경우는 24.5%였으며, ‘집단 따돌림·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19.2%), ‘직무 미부여·직무 재배치·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처’(14.6%)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신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성평등한 조직문화 시스템 작동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태도 △남녀고용평등법 정의 규정 개정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완화 조항 삭제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 등 한국의 개별 차별금지법은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만 규정하고 있어서, 성차별적 괴롭힘을 포섭할 수 있는지 논쟁의 소지가 있다”며 “성적 언행을 확대해서 해석하거나,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포섭해 차별로 판단하는 등의 해석론적 또는 입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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