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음모론 퍼뜨린 '슈퍼전파자'들 알고보니 유명인들..추적 명단 첫 공개

이현경 기자 2021. 2.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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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위원회 산하 디지털포렌식연구실(DFRL) SNS 분석 결과
Pixabay 제공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동시에 코로나19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음모론도 함께 퍼졌다. AP통신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 산하 디지털포렌식연구실(DFRL)과 공동으로 9개월간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조사해 음모론을 퍼뜨린 ‘슈퍼 전파자’들을 추려내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 프랜시스 보일 “에이즈 바이러스 조작” 

프랜시스 보일 미국 일리노이대 법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된 생물학 무기라며,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단백질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조작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e메일을 언론사 등에 뿌렸고, 같은 날 ‘지정학과 제국’이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 웹사이트인 ‘그레이트게임인디아(GreatGameIndia)’에 인용되면서 이후 이란과 러시아 국영 TV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그가 바이러스 감염병과 관련해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친 건 처음이 아니다.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H1N1),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조작됐다거나, 웨스트나일바이러스와 라임병이 미국의 생물학 무기 실험실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관련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AP통신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물안전도(BLS) 4등급인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된 게 확실해 보인다”고 거듭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 그레이트게임인디아 “사우디 남성 폐에서 처음 발견” 

웹사이트인 ‘그레이트게임인디아’는 지난해 1월 26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의 폐에서 처음 발견된 뒤 네덜란드와 캐나다 실험실로 보내졌고, 이후 중국 과학자들이 이를 훔쳤다는 내용을 게재하며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음모론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 

웹사이트의 공동 창립아니 쉘리 카슬리는 AP통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실제로 최근 캐나다인이 중국 과학자들과 우리의 연구 결과를 확증하는 문서를 발표했다”며 “여전히 많은 정보가 기밀”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벌인 WHO 국제조사팀은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옮겨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 글로벌화연구센터 “미국에서 처음 발생”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글로벌화연구센터는 홈페이지(globalresearch.ca)를 통해 전 세계 여러 저자의 글을 실으면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7명은 실존하지 않으며, 러시아 군 정보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로 확인됐다.

글로벌화연구센터가 올린 글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긴 글은 지난해 3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인용하면서 중국의 바이러스 기원설 부인에 힘을 싣기도 했다.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처음 발생해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센터 측은 AP통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이고르 니쿨린 “중국 공격에 이용”

이라크 생물학자이자 유엔의 전직 무기 조사관이라고 주장하는 이고르 니쿨린은 러시아 국영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인용됐다. 그는 지난해 1월 27일부터 4월 말까지 러시아 국영 TV에 18회 이상 출연했고,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도 유행하자 ‘세계주의자’들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구 감소를 시도하고 있다며 주장을 바꿨다. 

한편 그가 유엔에서 일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P통신이 페이스북을 통해 니쿨린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이라크 침공 동안 미국의 폭격으로 유엔의 작업 일부 기록이 파괴됐다”고 답변했다. 

○ 그레그 루비니 “앤서니 파우치가 바이러스 만들어”

트위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레그 루비니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약화하기 위해 이용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의 트윗은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아논(Qanon) 지지자들에 의해 수천 회 이상 리트윗됐다. 

지난해 버즈피드가 루비니를 추적한 결과 마케팅과 음악 기획 업계에서 일한 61세 이탈리아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의 근거 없는 음모론이 트위터를 통해 퍼지자 트위터는 그의 계정을 영구정지했다. 

○ 케빈 바렛 “미국, 이스라엘 정부 연루”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이슬람학 강사였던 케빈 바렛은 2001년 9.11 테러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 뒤 대학에서 쫓겨났다. 그는 자신을 ‘전문 음모 이론가’로 지칭하며 2004년 마드리드 테러, 2005년 런던 테러,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2016년 올란도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의 배후에 정부의 음모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미국 정부가 생물학 무기로 만든 것이며, 중국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는 점에 80% 확신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프레스TV 기고에서 “미국이나 미국의 파트너인 이스라엘이 고의로 이란을 공격했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 뤼크 몽타니에 “HIV 유전자 추가해 제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발견해 2008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지난해 4월 프랑스 뉴스 채널이 C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이즈 백신을 만들면서 HIV의 DNA를 추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HIV의 시퀀서를 발견했다는 인도 과학자들의 논문을 인용했다. 이 논문은 지난해 1월 온라인 사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지만 이후 철회됐다.

○ 알리 하메네이 “이란 공격 위한 생물학 무기 ”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해 3월 5일 이란이 미국의 생물학 공격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고 밝히며 생물학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이란군에 방어 작전을 명령했다.

하메네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이 만든 생물학 무기일 수 있다고 주장한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세계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백신도 바이러스를 더 많이 퍼뜨리는 수단일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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