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거리두기 개편, 충분한 의견 수렴 거쳐 시행착오 없게 해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주 중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의견 수렴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16일 밝혔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역'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에 의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3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등 강제조치를 최소화하면서 방역수칙 위반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 강화 조치로 국민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이 같은 방침의 배경을 설명하고 "코로나와의 전쟁은 장기전이며 자영업자 등 일부 계층에 계속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해 사람 간 모임을 억제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정부는 필요한 경우 '집합금지' 행정 명령을 통해 특정 업종이나 업소의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손 반장은 "실무 초안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이 같은 업종별 일괄 규제를 최소화하는 대신 방역 수칙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묻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 억제에 효과적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유행의 초기 단계에서는 특정 감염 경로를 잘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지인·가족 모임 등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산발적 감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근 상황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거리두기 개편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몇몇 업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고 해서 동일 업종에 속하는 모든 업소의 영업을 일괄해 금지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은 '단체기합' 방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거리두기 개편의 방향은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 연휴 기간 300명대에 그쳤던 신규 확진자가 16일 0시 기준 457명으로 늘어나고 연휴 기간 대이동의 여파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말이 불안하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문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거리두기의 개편은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백신 사정은 녹록지 않다. 당국은 '3월 시행'이라는 자체 일정표에 구애되기보다는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신중하고 촘촘하게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자율'이라는 것이 업소의 결과적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여서는 곤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방역수칙을 잘 지킨 업소라고 해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아무리 치밀하게 역학조사를 하더라도 감염의 인과관계를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방역수칙 위반이 분명한 경우에도 그 책임이 업소와 고객 가운데 어느 쪽에 있는지 따지는 것이 만만찮고 업소 종사자가 단속반원처럼 고객들에게 수칙 준수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거리두기 개편에 관한 세부 방안을 마련할 때는 방역조치 위반 업소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이 때로는 억울한 희생자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방역수칙은 업종별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재조정해야 한다거나 현행 5단계인 거리두기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민간의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향에 토를 달기는 어렵지만, 이것이 당국의 책임과 역할이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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