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건축가의 세상짓기] 느슨한 소유 / 노은주·임형남

한겨레 2021. 2. 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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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욕망에 갇혀 한생을 살아가며, 간혹 종교를 찾거나 철학을 통해 존재의 불안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곤 한다.

끊임없는 소유에 대한 욕망이 자본주의의 무한한 연료이다.

음악 감상도 실물 음반에서 엠피3 파일 형태로 소유하다가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면 된다.

세계 각국에서 내 집으로 접속을 하고 한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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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의 세상짓기]

노은주·임형남 | 가온건축 공동대표

몸과 욕망에 갇혀 한생을 살아가며, 간혹 종교를 찾거나 철학을 통해 존재의 불안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곤 한다. 만족을 모르고 계속 사 모으고 쌓아놓는 모습에 마치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전설 속의 어떤 존재가 떠오른다. 끊임없는 소유에 대한 욕망이 자본주의의 무한한 연료이다. 그러나 21세기로 건너가며 마르지 않는 샘 같던 연료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명절 연휴에 몇년 전 우리 아이가 자기 이름으로 가입했으니 아무 때나 들어가 보라고 크게 인심 썼던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봤다. 연휴 내내 영화를 공짜(물론 아이를 통해 지출된 내 돈이지만)로 보며 예전에 ‘10원에 하루 종일’이라고 유리창에 붙여놓고 우리를 유혹하던 만화 가게가 생각났다. 사실 그 만화 가게에서 10원으로 종일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왜냐하면 무슨 이유이건 일단 가게에서 나가면 효력이 상실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인간이기에 하루에 몇번은 화장실에 가야 하는 슬픈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화장실에 갔다 와도 되고 잠시 외출을 하고 와도 된다. 심지어 아이디를 공유해도 된다.

그런 공유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와 있었다. 20세기가 저물어갈 무렵 인터넷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로 들어왔고 정보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와 이미지 혹은 나의 경험을 온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었다. 음악 감상도 실물 음반에서 엠피3 파일 형태로 소유하다가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면 된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스트리밍 사이트에 간단하게 가입하고 요금을 내면 손가락 터치 몇번만으로도 음악을 찾을 수 있고, 한적한 산속이거나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서 사람과 부대끼거나 하면서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공간도 공유한다. 내 집을 생면부지의 불특정 다수에게 빌려줄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내 집으로 접속을 하고 한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나아가서 이제는 공유주방, 공유거실, 공유오피스 등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방식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느슨하게 하고, 나누어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공유경제가 화두이다. 100년 넘게 지속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반성하고, 심각하게 나빠지는 지구 환경에 대한 걱정도 담긴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더 소유할 것인지가 아니라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정보화 시대가 더욱 강화되는 21세기 이후의 시대정신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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