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확대된 ESG채권 열풍..혼란 우려도

신항섭 2021. 2. 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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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제각각.."원하는 등급 초이스 가능"
정부 정책 변경시 등급 하향 우려도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채권 열풍이 증권사로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직접 발행에 나섰으며 KB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검토에 나선 것이다.

다만 지나친 열풍으로 인한 혼란 우려도 나온다. 등급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이며 원하는 등급을 초이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린워싱으로 인해 향후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변경될 경우, 등급이 하향되는 변수도 발생할 수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을 인정 받은 채권이다. 당초 모집액은 1000억원이었으나 6배가 넘는 자금이 유입돼 100억원을 증액했다.

이어 삼성증권도 전날 ESG채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증권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Green1’ 평가를 받았다. 5년 만기물로 700억원 규모이며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5일 발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KB증권과 같이 주로 금융지주사 산하에 있는 대형증권사들도 ESG채권 직접 발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들은 ESG채권을 주관하거나 주선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ESG경영이 전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고, 여기에 올해 국내 기업들도 ESG채권을 잇따라 발행하자 이에 동참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이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ESG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도 ESG 투자 현황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발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오고 있다. ESG채권의 등급 기준이 제각각이며 발행 이후 관리가 아직 부실하기 때문이다.

ESG채권은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녹색채권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준이 정해졌다. 하지만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채권은 제각각의 기준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지속가능채권을 두고 일부 신용평가사에서는 인정을 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가 올해말까지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채권에 대한 기준을 정립할 예정이란 점에서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이 ESG 우수기업이 되는 등 모순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현재의 ESG 평가는 아직 초기 단계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ESG채권 발행에 모집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2개 이상의 신용등급 평가를 받아야 하는 회사채와 달리 1개 기관에서만 인증 또는 검증만 받으면 발행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발행사가 원하는 등급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신평사의 ESG채권 인증등급을 받고 발행한 7건의 ESG채권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발행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 수는 있겠으나 인증등급 초이스가 가능하다"며 "발행사가 검증기관의 경쟁을 악용할 경우, 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사회적 정책의 변화나 가이드라인이 변경될 경우, 등급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인해 정책들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은 실질적인 친환경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윤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후 평가에서 인증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며 "ESG채권 투자에 있어서 인증등급이 하향될 경우 치명적인 가격 하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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