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항공사 경찰 교육계서도 터졌다..전방위 확산되나

연예→체육→민간까지 일파만파
"요즘 학폭 기사에 다시 생각난다"

10년 전 현직 여자 배구선수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가 가해자와 나눈 대화(왼쪽) 및 A 항공사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학폭 폭로글.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연예계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 논란이 체육계를 거쳐 민간기업은 물론 교육계 경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들의 사과가 잇따르는는 가운데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일반인들의 '학폭 미투(Me too)'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에는 'A항공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대 후반 여성 피해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남자애 하나가 주도해 지독한 따돌림을 당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요즘 터지는 학교폭력 사건들을 보니 다시 그때가 생각나면서 숨이 막힌다"며 "(가해자가)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A 항공사에 다니는 직원이라며 생년월일과 키 등 신상정보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같은 날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현직 교육감 자녀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20년 전인 중학생 시절 현직 교육감의 자녀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네티즌은 "학폭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트라우마가 더 심해진다"며 "가해자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런 학생의 아버지가 현직 교육감으로 있다니, 왜 자식을 그렇게 키우셨나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게시판인 보배드림에는 20여년전 학폭 가해자가 현직 경찰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중학 3년간 학교폭력 가해의 중심에 있는 이가 경찰이 된 세상"이라며 "정의가 살아있다면 이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적었다.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 [사진= MK스포츠]

최근 연이은 학폭 피해 폭로는 연예계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한 음악 경연 TV 프로그램 참가자 중 한 명에게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가자는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결국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체육계에서도 학폭 미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0일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을 학폭 가해자로 지목한 글이 시초였다, 두 선수는 학폭 사실을 인정했고,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무기한 박탈당했다. 남자 배구 선수 송명근, 심경섭도 구단으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밖에 현재 온라인상에는 현직 배구선수를 학폭 가해자로 지목한 글이 2~3건 가량 올라와있다. 한 글쓴이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를 공개하기도 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에 "네가 올린 글만큼 (가혹 행위를) 하지않은 것 같다"며 학폭 사실을 부인했다.

또 다른 여자 배구선수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가해자가 "'죽으면 제 장례식장에서 써니 춤을 춰주겠다'고 본인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했다"고 폭로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학교 폭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청원글이 다수 게재돼있다. 이 중 '현직 여자 프로 배구 선수 학폭 관련 배구계 퇴출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에는 현재까지 1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각별하게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