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 "아이를 얼마나 예뻐했는데요" 학대교사의 거짓말.gif

CCTV공개 전 혐의부인, 영장심사 전날 자정 사과

15일 구속된 인천 국공립어린이집 전 특수교사 A씨가 피해 아동을 들고있는 장면. [피해아동 부모 제공]

"제가 000이를 얼마나 예뻐했는데요"

장애아동 등을 100여차례 이상 학대한 혐의로 15일 구속된 인천 국공립어린이집 전 특수교사 A씨가 지난해 12월 아동학대 피해 부모 이모씨와 나눈 대화 중 일부입니다. 이씨의 아이는 자폐 증세를 가진 특수아동입니다. 당시 A씨는 이번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장모씨의 아이(특수아동)를 학대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였습니다.

◆최초 전화에선 혐의 부인했던 학대교사
내 아이도 학대를 당했을 것이란 불안감에 이씨는 A씨와 통화를 하며 "우리 아이에게도 상처를 주신 것은 아니시죠?"라고 수차례 물었습니다. 여기에 A씨가 울먹이며 "제가 000이를 얼마나 예뻐했는데요"라고 답한 겁니다.

피해 아동 엄마 이모씨가 아이의 학대 CCTV를 보기 전인 지난해 12월 교사 A씨에게 남긴 알림장. [피해아동 부모 제공]

JTBC가 입수한 두 사람간의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교사들이) 그러지 않았다""저도 너무 속상하다""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도 말합니다. 이씨는 이 통화에 앞서 A씨에게 "장애아동을 보육해주셔서 정말 존경한다"고 했을만큼 A씨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 A씨는 이씨의 아이를 가장 많이 학대한 이번 사건의 주범이었습니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해당 어린이집 교사 6명 중 같은 날 구속된 전 교사 B씨와 함께 학대 정도가 가장 심했습니다.

이씨가 지난달 경찰서에서 본 CCTV에는 A씨가 아이를 물건 다루듯 잡고 흔들며 수십차례 학대한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이는 A씨가 다가와 손을 들면 자지러질만큼 놀랐습니다. 이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A교사와 전화를 할 때는 고마움까지 느꼈다"며 "경찰에서 아이가 학대당하는 영상을 본 순간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15일 구속된 어린이집 전 교사 A씨가 영장심사 전날 피해 아동 집에 놓고간 과자바구니. [피해아동 부모 제공]

◆구속결정 전날엔 과자바구니 들고 찾아가
A씨는 15일 법원 영장실질심사 전날에는 이씨의 집을 직접 찾았습니다. 집 앞에서 자정까지 기다리며 A씨의 문 앞에 과자바구니를 놓고 갔습니다. A씨는 구속을 예감한 듯 "내일이 지나면 이렇게 연락을 드리고 사과를 드리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도 남겼습니다. 이씨는 A씨의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A씨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가 잠을 못자고 소리를 지르는 트라우마 증상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학대를 당한 아이는 집밖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아이가 잠이 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A씨의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이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는지, 형벌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교사가 사과를 하려면 그 전에 했어야 한다"며 "영장심사를 하루 앞두고 사과를 하는 것은, (구속을 막으려)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15일 구속된 어린이집 전 교사 A씨가 영장심사 당일 새벽 피해아동 엄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피해아동 부모 제공]

인천지법은 15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A씨와 B씨를 구속했습니다. 구속된 B씨는 일반 아동을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학부모들은 "B씨는 A씨보다 학대 횟수는 적지만 그 정도는 더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두 교사가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법원이 도주 우려로 구속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다른 교사들도 아동학대 혐의 적용
경찰은 구속된 두 교사를 포함해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다른 4명의 교사와 원장 역시 아동학대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다른 교사들도 영장을 청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난 상태라고 합니다. 피해 아동은 자폐아동 5명과 일반아동 5명을 포함해 총 10명입니다. 이중엔 돌도 지나지 않은 '0세' 영아도 있었습니다.

구속된 어린이집 전 교사 A씨가 한 아동에게 분무기를 뿌리는 모습. [피해아동 부모 제공]

어린이집 원장의 경우 학대 교사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부모들은 "원장실에서 학대 장면이 담긴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원장도 공범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주 구속된 두 교사를 포함해 혐의가 인정되는 교사들과 원장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입니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지 약 두 달만입니다.

◆"다른 엄마들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
피해 부모 7명은 영장심사가 열리는 날 4시간 동안 법원 밖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5도에 달할 만큼 추운 날이었습니다. 피해 부모들은 A와 B교사가 영장심사를 받으로 법원에 들어올 때는 원망이나 비난이 아닌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모두 학대를 당한 아이가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15일 구속된 인천 국공립 어린이집 전 교사 A씨와 B씨가 영장심사에 들어간 뒤 피해아동 엄마들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있다. 박태인 기자

이번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장씨는 "다른 교사와 원장 역시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많은 학대를 당한 아이의 부모인 이씨는 "다른 엄마들이 곁에 없었다면 이 삶을 버티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이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