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입원 하루만에 혈액항응고제 투약, 사망위험 30% 낮춰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약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앞서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LSHTM)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혈액 항응고제를 예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SHTM과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의과대학 그리고 미국재향군인회(VA)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결과는 지난 11일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됐다.
◇항응고제, 예방 차원에서 처방 권유
연구결과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이내에 혈액 항응고제를 투약한 환자들은 항응고제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사망할 가능성이 약 30% 낮았다.
연구진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7월 중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4000명을 추적·관찰했다. 환자들의 84%는 입원 후 첫 24시간 이내에 예방 차원에서 혈액 항응고제인 '헤파린' 또는 '에녹사파린'을 처방받았다.
두 약물 모두 혈전증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물이다.
입원 30일 후 예방 차원에서 혈액 항응고제를 투약 받은 환자들 중 14.3%가 사망했다. 그러나 항응고제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들의 사망률은 18.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사망 위험이 4.4% 포인트(p) 내려갔지만 상대적으로 약 30% 감소한 수준이다.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은 혈관 내 생성된 혈전(피떡)으로 폐부전,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각한 증상이 동반돼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혈액 항응고제는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되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항응고제는 혈전 생성을 방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사망률 외에도 항응고제를 투약 환자들은 심각한 출혈 위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미 여러 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 사용을 권하는 초기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의 예방적 조치로 항응고제 사용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는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연구진은 항응고제 투약이 입원 후 24시간 이내 중환자실로 옮겨지지 않은 환자들에서 혜택이 더 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중증으로 발전한 뒤 항응고제를 쓰는 것보다 이전에 예비 조치로 먼저 사용하는 것이 이점이 더 크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렌치 LSHTM 교수는 "예방적 항응고제 치료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때 초기 치료법으로 혈액희석제를 예방적 조치로 사용하도록 권장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입원하지 않은 초기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치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서도 코로나19에 여러 가지 약물 적용 연구 중
한편 혈액항응고제처럼 기존에 허가된 약물을 다른 치료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은 의약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성을 보장받으면서 효과가 입증되면 빠르게 적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임상시험에서 만성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성분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와 구충제 'DWRX2003(성분 니클로사마이드)'를 이용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염증을 개선했으며 종근당도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함께 혈액응고 및 췌장염치료제 '나파벨탄(성분 나파모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호이스타정 외에도 국내 바이오기업 뉴젠테라퓨틱스가 췌장염 치료제 성분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부광약품의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성분 클레부딘)', 엔지켐생명과학 EC-18, 신풍제약의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성분 피로나리딘)'등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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