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폰 내놔" 절도범으로 몰면서 위법하게 몸수색한 사람 치면 폭행일까..대법원 "정당방위"
[경향신문]
휴대폰 절도범으로 몰려 휴대폰 주인에게 몸수색 당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몸을 뒤지는 휴대폰 주인의 머리를 잡아당겼다는 이유로 폭행죄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는데,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적법한 수색 권한이 없는 타인이 자신의 몸을 부당하게 수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로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절도, 폭행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2019년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 재건축을 두고 A조합장 측 조합원들과 B조합장 측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A조합장 측 박씨는 B조합장 측 C씨가 바닥에 떨어뜨린 130여만원 상당의 아이폰을 절취한 혐의(절도)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돌려달라면서 조합 사무실 안으로 따라들어온 C씨의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긴 혐의(폭행)도 받았다.
1심은 박씨의 절도, 폭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몸싸움 현장에 있었던 B조합장 측 경호원이 박씨가 C씨의 휴대폰을 주워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1심은 박씨의 지인이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 증언을 번복해달라고 부탁한 점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
하지만 2심은 경호원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며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경호원이 촬영한 동영상과 경호원의 진술이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동영상에는 경호원이 C씨에게 “잠깐만 핸드폰 떨어졌어, 핸드폰”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의 행방을 찾는 듯한 장면만 찍혀 있을 뿐, 박씨가 C씨의 휴대폰을 주워가는 장면은 찍혀 있지 않았다. 2심은 “만약 경호원이 박씨가 C씨의 휴대폰을 주워가는 상황을 먼저 목격했다면 이를 지목해서 피해자나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임에도 그러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심은 박씨의 지인이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참외 밭에서 구두 끈 맨다고 다 참외 훔치는 건 아니잖아. 그 사람 남의 것을 훔쳐갈 사람 아니라고”라고 말한 점은 유죄의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2심은 “이를 제3자가 박씨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씨가 C씨에게 붙잡혀 몸수색을 당했을 당시 본인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던 점 등도 무죄 근거가 됐다.
2심은 폭행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적법한 수색 권한이 없는 타인이 자신의 몸을 위법하게 수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심은 “C씨는 박씨의 신체와 소지품을 수색할 수 있는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가 C씨의 머리를 잡아당긴 것은 본능적인 방어심리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붙잡는 C씨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씨의 행위는 사회 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위법성 조각 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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