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 쿠팡, 美 상장 대박 땐 무담보 마통 뚫는다
쿠팡, 상장 조달금액 2.2조 넘으면 무담보 리볼빙 대출 가능
대출한도 최대 1.4조에 만기는 3년…담보도 없어 자금 융통 숨통
만년 적자에 그동안 보유 자산 총동원해 금융권 대출 받아
관건은 기업가치에 달려…55조 너무 높다는 평가도
쿠팡이 오는 2분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20억달러(2조2000억원) 이상을 조달하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담보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쿠팡은 설립 이후 만년 적자였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존 대출 한도를 늘리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상장이 성공하면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자금을 축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숙제였던 금융권 대출 문턱 낮추기도 가능해 진다.
16일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에서 "이번 기업공개가 완료되기 전에 3년짜리 선순위 무담보 리볼빙 한도대출(senior unsecured revolving credit facility)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썼다. 다만 이 대출은 상장을 통한 순수익(net proceeds)이 최소 20억달러가 되기 전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리볼빙 한도대출이란 일종의 기업 마이너스 통장이다. 은행이 기업에 일정기간 동안 정해진 대출한도 내에서 대출과 상환, 재(再)대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급격한 현금 유출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출금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되므로 금융비용도 낮출 수 있다.
쿠팡은 약정한 리볼빙 한도대출이 최대 12억5000만달러(1조4000억원)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쿠팡은 2019년 말에도 금융기관과 리볼빙 한도대출 약정을 맺은 적이 있지만 재고자산을 담보로 잡았고 대출 기한은 1년, 한도는 1억3786만달러(1500억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기관과 약정을 맺었는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 내용을 토대로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공모가를 토대로 결정되는 상장 조달금액을 최소 20억달러 이상으로 높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신고서에 조달금액을 10억달러(1조1000억원)라고 적었지만 미 증권법에 따른 등록 수수료 계산 목적일 뿐 실제 조달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직매입, 물류 인프라 확충에 매년 수천억원을 투자해 왔다. 필요자금은 대부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거나 단기 차입을 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수천억대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2019년부터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때부터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지급 보증을 서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기존 대출기관을 상대로 한도를 확대하고 담보물을 매출채권 일부에서 전체로 대폭 확대했다. 회사가 보유한 토지, 건물, 재고자산, 매출채권을 거의 대부분 담보로 잡아 빌린 금액은 작년 말 기준 단기 차입금 1억5667만달러(1700억원), 만기가 2022년안에 돌아오는 장기 부채 3억5334만달러(3900억원)다.
쿠팡은 작년 기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3억달러(3300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당분간은 적자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현재 취약한 패션, 화장품, 소비가전 분야 투자를 늘리고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상장으로 인한 대규모 현금 확보 외에도 금융권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이유다.
쿠팡의 상장 성공 여부는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받느냐에 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500억달러(약 33조~55조원)으로 전했는데 업계에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의 시가총액 대비 매출액 비율(PSR)을 쿠팡에 대입한 수치인데 이커머스에서 수익을 못내도 클라우드서비스(AWS)로 보충하는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아직 수익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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