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저해"..한전 발전사업 진출에 '반기' 든 발전업계

김정유 2021. 2. 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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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풍력산업협회 등 15일 긴급토론회 개최
한전 재생발전사업 진출 반대 목소리, "중립훼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진출에 대한 국내 발전업계의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선언이 전력시장 선진화에 역행하고, 한전 위주의 독점체제를 공고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민간발전협회, 에너지전환포럼,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풍력산업협회는 지난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과 망중립성 훼손, 이대로 괜찮나’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긴급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망 중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전력시장의 바람직한 변화를 막아서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전이 현재 국내 발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공기업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데다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까지 진출한다면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전영환 홍익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민간 발전사업자는 망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한전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과(過)전기 공급 시 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curtailment)이 필요할텐데, 이때 송전망 제약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한전”이라면서 “일반 발전사업자와의 정보 비대칭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력제한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한전이 발전사업에 뛰어들 경우 정보 비대칭뿐만 아니라 관련 규칙 제정의 불공정 가능성 등 한전과 여타 발전사업자간 격차가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도 “한전은 전력시장의 비용, 전력계통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회사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 절대적인 중립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역시 “많은 중소발전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로에 물리지 못하는 등 계통을 확보하지 못해 애쓰고 있다”면서 “한전은 망 사업자로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망 설치와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해외의 사례를 참조해 한전 중심의 소매 독점 구조를 타파하고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유럽연합(EU)국가들이 전력시장에서 거버넌스 개편을 시도하는 이유는 망중립성이라는 원칙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전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의 전제조건은 송전과 배전 부분의 분리로,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형 중앙발전기 위주의 전력수급 방식이 분산에너지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유럽 전력시장에서는 에너지전환, 분산자원 확대에 따라 대형 유틸리티들은 전통발전사업을 축소해나가고 신재생에너지, 배전망 확대는 늘리고 있다”면서 “송변전은 별도 독립망 사업자가 수행하면서 망중립성과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럽, 미국 등 해외 전력 시장의 추세”라고 말했다. 전영환 교수도 “해외 전력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더 적극적인 수요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더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소매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수요 조절자(demand aggregator), 새로운 서비스 공급자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이미 발전공기업과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이미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할당량의 80%를 소화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한전이 재생에너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전이 대형 사업을 견인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SPC를 만드는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지역 상생모델을 만드는 것도 굳이 한전이 재생에너지사업에 직접 진출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 민주노총 발전노조 정책위원장은 “한전이라서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렇지 않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한전이 아니더라도 발전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이런 식의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서는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민간발전협회, 에너지전환포럼,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풍력산업협회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15일 긴급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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