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영웅'의 추락..쿠오모 주지사, 코로나 사망자 축소 시인

박수현 기자 2021. 2. 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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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15일(현지 시각)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줄여 발표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주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정부는 주의회와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으며 회의론과 냉소주의, 음모론을 양산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그간 주 요양시설 사망자 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을 시인했다.

다만 이는 연방정부에 관련 수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주의회 보고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하며, 의도적으로 사망자 수를 은폐한 것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은 철회하지 않았다. 답변 처리가 늦어지는 동안 숫자에 변동이 있었고, 전례없는 비상 시국에 일손이 달리면서 곳곳에서 실수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 /로이터 연합뉴스

쿠오모 주지사가 요양시설 사망자 수를 의도적으로 줄여서 발표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8월 주의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쿠오모 주지사가 공격적인 코로나19 대응으로 인정받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맞설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다. 당시 쿠오모 주지사 측은 주의원들에게 주정부가 업무가 많아 제때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며 사건을 무마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뉴욕주 검찰이 쿠오모 주지사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한 요양시설 환자들을 통계에서 누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논란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 사망한 환자들까지 합하면 실제 뉴욕주의 사망자 수는 알려진 8500명에서 1만5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에 사망자 집계 방식은 연방정부의 방침을 따른 것이고 임의적으로 수정한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요양시설 밖에서 사망한 경우도 통계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되는 듯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법무부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는 멜리사 데로사 주지사실 대변인의 비공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쿠오모 주지사는 더이상 비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데로사 대변인은 지난 10일 주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8월 법무부의 정보 공개 요청을 받았을 당시 우리는 얼어붙었다"며 "우리는 법무부와 주의회에 어떤 자료를 줘야 할지, 또 이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불리하게 쓰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었다"며 트럼프 전 행정부가 강한 정치적 압박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멜리사 데로사 주지사실 대변인. /로이터 연합뉴스

파장은 컸다. 공화당은 물론 쿠오모 주지사가 소속된 민주당에서도 그의 탄핵을 논하기 시작했다.

상원 민주당 대변인 캐롤라이나 로드리게즈는 "주지사는 자신만 믿는 사실과 대안적 타임라인에 기댈 권리가 없다"며 "법무부의 요청에 응하느라 주의회에 자료 제출이 늦어진 것이라면, 법무부에 보고를 마치고 지금까지 대체 뭘했느냐"고 비판했다. 뉴욕주는 지난해 9월 법무부에 요양시설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낸 뒤 6개월 만인 지난주 주의회에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마이클 와일랜드 뉴욕 주의회 대변인은 "주정부가 당시 자료가 부족하다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은 맞지만, 연방정부 수사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주 민주당 소속 안토니오 델가도 하원의원은 쿠오모 주지사와 주정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뉴욕주 상원 원내대표인 공화당 소속의 롭 오트는 "쿠오모 주지사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행정부 잘못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는 자신과 자신의 고위 관리들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자꾸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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