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해경 지휘부 '구조 실패' 무죄..법원 판단 이유는?
'초동조치 조작' 김문홍·이재두 징역형 집행유예
재판부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처 미흡"
[앵커]
세월호 참사 때 구조 임무를 소홀히 해 사상자 수백 명을 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가 어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해경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고 조목조목 지적했지만, 정작 지휘부에게 형사 책임은 묻기 힘들다고 판단했는데요.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우선 어제 열렸던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한 1심 선고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직 해경 지휘부 11명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어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이들의 혐의는 세월호 참사 때 승객 탈출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하는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저질렀다는 건데요.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승객 구조 실패에 책임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 가운데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당시 3009함 함장은 다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경 123정의 초동 조치 내용을 조작하고 이를 해경 본청에 허위 보고한 혐의 등이 인정돼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처는 미흡했다고 구체적인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죠?
[기자]
재판부는 구조 인력 도착 전과 후로 나누어서 당시 상황을 짚었는데요.
우선 구조 인력 도착 전 세월호 상황이 각급 구조본부에 원활히 전달되지 못한 점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참사 초기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VTS가 세월호와 직접 교신했는데, 세월호 상황이 서해해경청 상황실에만 간접적으로 전달되고 다른 구조본부들에는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각급 구조본부들이 각자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게 되면서, 초동 대처에 혼선이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조 인력이 도착한 이후 대처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는데요.
당시 가장 먼저 승객들을 탈출시켰어야 할 이준석 선장은 해경 123정이 도착하자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탈출했습니다.
또 해경 123정은 세월호 승조원들을 승선시켜서 승객 탈출을 유도하겠다고 보고하고는 정작 승조원들에게 승선 지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아쉽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앵커]
초동 대처가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점을 재판부도 인정한 건데, 왜 해경 지휘부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결론적으로, 해경 지휘부가 승객들을 탈출 안 시킨 게 아니라 못 시켰다고 본 겁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를 설명했는데요.
해양 조난 사고에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려면, 상해나 사망 결과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안 한 경우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비춰보면 당시 승객들이 탈출 못 한 책임을 해경 지휘부에 묻기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우선, 참사 직후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에 승객 탈출 여부를 결정하라고 독려한 교신 내용, 또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가 진도 관제센터에 '승객 탈출 방송을 했다'고 말한 점 등을 언급했습니다.
해경 지휘부가 이 교신을 듣고는, 자신들이 직접 승객 탈출을 지휘해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오해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현장 구조 인력의 미흡한 조치로 해경 지휘부가 상황을 오판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경 123정이 세월호 침몰 상황에 관한 추가 보고를 늦게 하며 해경 지휘부가 적절한 지휘를 할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해경 헬기와 123정 등에 영상송출시스템까지 없어서, 침몰 직전까지도 승객들이 배 안에 있는지를 해경 지휘부가 알 수 없었을 거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경 지휘부가 승객 탈출 지휘를 제대로 안 했다는 업무상 과실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김 전 청장 등 피고인들 반응과 세월호 유가족들 반응은 당연히 크게 엇갈렸겠군요.
[기자]
김 전 청장은 재판부 판결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히면서 희생자 가족에게는 거듭 사과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석균 / 前 해양경찰청장(어제) :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립니다. 제가 바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대로, 법정에서 선고를 지켜본 세월호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내려가자, 중간중간 여러 차례 말이 안 된다고 항의하기도 했고요.
선고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도 재판부를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이정일 / 세월호 유가족 측 법률대리인(어제) : 지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면죄부를 준 판단이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검찰 특수단도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유가족들의 울분은 검찰 특별수사단으로도 향했습니다.
의혹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한 부실 수사가 이번 무죄 선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는데요.
2019년 11월 출범한 검찰 특수단은 구조 작업을 지휘했던 해경 지휘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 등을 기소하고 지난달 활동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세월호 항적 조작 의혹, 헬기 구조 지연 의혹 등은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재수사를 요구하는 항고장을 어제 서울고등검찰청에 냈습니다.
[유경근 /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어제) : 검찰은 기존에 제기됐던 모든 수사 과제를 다시 재수사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유가족들은 검찰 특수단이 무혐의 처분한 의혹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세월호 참사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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