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지', 일본 '화지'보다 뛰어난데.. 벼랑 끝 우리 한지
◆유럽에서 찾는 한지
전통한지는 질기고 잘 찢어지지 않으며, 냄새가 향긋하고, 지질이 부드럽다. 또 통풍이 잘되고 여러가지 무늬를 넣어 제작할 수 있으며 물감을 들이기가 쉽다. 닥나무가 주 원료다. 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토착한지, 전통한지, 개량한지, 수록한지, 반자동 기계한지, 기계한지등으로 나뉘고, 지역별로 전주한지, 원주한지, 안동한지, 괴산한지, 문경한지, 가평한지, 의령한지 등이 있다. 전통 문화상품이나 공예 외에도, 친환경 포장재나 인테리어 용품 등으로 응용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현실은 딴판이다. 전북 용역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은 조선시대 전국 한지의 약 40%가 생산됐던 지역으로서 전통한지의 대표성과 정통성을 갖고 있는 지역임에도 전통한지 문화가 쇠퇴하고 있다.
보고서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전북 한지는 최근 값산 중국산 종이(선지)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요부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통문화로서의 한지 제조 업체들도 벼랑 끝에 선 모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한지 제조업체는 1990년대 64곳에 달했지만 2018년 기준 21곳으로 감소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동한기에 한시적으로 조업하거나 한지 제작 체험을 위한 곳을 다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운영되는 공장은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문체부는 전통한지 수요를 창출하고 한지산업의 진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앙정부, 지자체,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한지정책협의체를 열었다. 최소한의 공공 수요 창출 차원에서 문체부 장관 명의 표창장과 상장이라도 전통한지를 사용해 달라는 한지업계의 호소도 이때 나왔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전북 전주시와 경기 가평군 정도만 표창장과 상장을 전통한지로 사용하고 있다. 문체부는 전통한지 사용이 일부 기관에서 공공 부문 전체로 한층 더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표창장과 상장 제작 시 전통한지를 사용해 줄 것을 협조 요청했다. 방명록, 상장 등 공공 소비물품도 전통한지로 제작해 대사관과 문화원에 보급하고, 지역 한지 축제, 체험프로그램 등 지역한지 수요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체부 이진식 문화정책관은 16일 “공공 부문에서 전통한지의 쓰임새를 확산시키고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우리의 대표 문화자원이자 전통 산업으로서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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