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신원조사로 인한 해사 불합격"..1·2심 승소하고도 한 청년 못 웃는 이유

김준호 기자 2021. 2. 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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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해군사관학교 제74기 해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시스

해군사관학교가 위법한 신원조사를 통해 생도 응시생의 과거 범죄 전력을 확인한 뒤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하지만 해사가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면서 이 응시생의 사관학교 입학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응시생은 오는 3월이면 사관학교 입학 연령 제한(17세 이상~21세 미만) 기간을 넘기게 된다.

부산고법 창원제1행정부(재판장 신숙희)는 해군사관학교 측이 응시생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2020학년도 제78기 해군사관생도 선발시험 불합격 처분'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6월 해군사관학교에 입학원서를 접수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9월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이뤄진 2차 시험에도 응시했다. 하지만 10월 해군사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A씨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해사 측에서 군사안보지원부대에 2차 시험 응시자들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한 결과 A씨가 과거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으로 기소유예와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던 전력을 확인해서다. A씨는 지난 2018년 블루투스 스피커 등 10만원 상당 물품 3개를 훔쳐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2019년에는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적발돼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해사 측은 사관생도 신분일 경우 퇴교에 해당하는 과실로, 사관학교의 교훈과 사관생도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는 과거 처분된 전력이 중범죄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것이 아니고, 학칙 상 입학 결격 및 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사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사관생도 지원자격요건에 금고형 이상일 경우 응시가 제한되고, 기소유예로 신원조회 시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 공적 견해표명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방법원·부산고법창원재판부 청사.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원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에 이를 통해 확인한 과거 범죄 전력을 근거로 불합격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형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 기소유예 등 수사경력 자료에 관해서는 조회·회보할 수 없다. 또 신원조사는 국가 보안 또는 국가안전 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사관학교설치법 등에 근거한 각 군 사관생도 선발과 그 취지를 달리하는 별개의 제도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원조사 제도는 오래전부터 그 남용의 폐해와 위험성이 지적됐으며, 소년부 송치·기소유예 결정된 사건의 수사경력자료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사관학교 선발예규에 따르면 신원조사 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은 2차시험 통과 후 최종합격자 심의 때인데 자기소개서와 학교생활기록부, 2차시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하라는 것이지 신원조사 결과만으로 최종합격자 선발여부를 결정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군사관학교는 신원조사 절차가 법령에 위배되지 않고 선발예규상의 탈락기준과 최종 선발절차를 준수해 위법하지 않다고 거듭 주장하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1·2심 모두 승소했지만 사관학교 입학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해사 측이 대법원 상고를 준비중이고 오는 3월1일이면 A씨가 사관학교 입학 연령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A씨 부모는 “지원 당시 ‘아이의 잘못 정도에 대해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는 해사 측의 말만 믿고 1년을 준비했고 뒤늦게 불합격 처분 후 1년 넘게 재판을 했다”며 “1·2심이 끝난 상황인데 아이가 겪는 고통은 생각지도 않고 아무런 답변도 입장도 없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사 측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후 구제책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사 측은 “기소유에 전력을 사관학교 입시에 확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원도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다만 그 절차로 신원조사라는 방식을 취한 것이 잘못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사 측은 “때문에 현재 3군 사관학교가 동일하게 시행중인 신원조사의 위법성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해 보여 상고를 준비 중”이라며 “A씨 입학여부는 대법원 최종 판결 이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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