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훈련이라며 도복 끈으로 목 졸라" 만연한 폭력 앞에 꺾인 유도선수의 꿈

2021. 2. 16. 11: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운동부는 맞아야 하고, 오히려 잘 맞는 후배, 잘 때리는 선배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상은 폭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폭력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5274개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4.7%(8440명)가 선배나 지도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체육계 폭력' 원인 사회적문제 부상
성과지상주의 폭력에 정당성 부여
학연·지연에 엮인 제왕적 군림구조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운동부는 맞아야 하고, 오히려 잘 맞는 후배, 잘 때리는 선배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상은 폭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외곽에서 스포츠재활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요즘도 가끔씩 왼쪽 팔꿈치가 저려온다. 유도선수를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 운동부 선배에게 맞아 생긴 후유증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0년 겨울방학에 시작한 합숙훈련, 그에게는 하루 하루가 지옥과 같은 나날이었다. 선배들은 부족한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얼차려를 주기 일쑤였다. 기절하는 것도 훈련이라며 도복 띠로 목을 감아 기절을 시키기도 했다.

또, 온갖 규율을 만들어 이를 지키지 못하면 붕대를 감은 목검으로 허벅지 쪽을 내려쳤다. 이씨의 팔꿈치도 이를 막다가 다친 것이다. 화장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지 길이마저 통제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한 일이 있으면, 한겨울에도 냉수로 무거운 도복을 몇벌이고 직접 빨아야 했다.

그럼에도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들에게 해결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폭력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코치와 지도자들은 시합에 지는 날이면, 구타와 함께 새벽까지 훈련을 시켰다. 코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동기는 손바닥으로 뺨을 맞기도 했다.

물론 이런 폭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었다. 소위 엘리트로 선망받던 선배였다. 입상을 휩쓸고 다녔던 그 선배만큼은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씨는 “이런 고통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았다”며 “대학을 가고 실업팀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라는 소문에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체육계에서 벌어지는 만연한 ‘폭력’이 또다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오랜 시간 체육분야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력사건이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벌어진 배구계의 ‘학교폭력’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폭력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체육계의 폭력 사태를 대변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5274개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4.7%(8440명)가 선배나 지도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많은 선수들이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조사에 따르면 폭력을 당한 학생 선수 중 79.6%는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하지 못했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4.5%로 가장 많았다. 채상우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