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당한 국민이 적절하게 보상받는 사회
수입이 줄어든 모든 자영업자와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에 따른 손실보상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정부가 3차에 걸쳐 편성한 재난지원금은 사실 생색내기에 가까웠다. 수개월째 소득이 끊기고 매출이 급감했는데도 지원액은 일회성 100만~300만원이 고작이다. 임차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원금으로 어떻게 견딜 수 있느냐며 파산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서 생존을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지원 확대 제안이 이어졌고 마침내 1월25일 대통령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제도화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의 행정명령에 의해 발생한 손실은 보상하는 게 마땅하다. 나아가 전국적 재난이 또 올 수 있기에 이번 기회에 보상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논점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 번째는 ‘보상 수준’이다. 대통령은 보상의 제도화를 말하면서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조건으로 달았다. 재난에 따른 손실은 대략 규모를 산출할 수 있겠으나 대통령이 말하는 재정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알기 어렵다. 당장 대규모 증세가 가능하지 않기에 재원은 대부분 국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국가부채’ 수준이 논의의 핵심이다. 국정 책임자가 방향을 제시해 논란을 줄이면 좋겠건만 이번에도 논점을 피해갔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재정이 상당히 건강한 편이다. 그런데도 코로나 재난에서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 국가부채도 많지 않은데 재난 대응 지출이 적다면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재난으로 곳곳에서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보상의 제도화를 지시한 건 다행이나 여전히 아쉽다. 정작 강조해야 할 건 ‘재정 감당 범위’보다는 ‘적절한 보상’이다.
두 번째 논점은 ‘보상 방식’이다. 긴급히 보상해야 하기에 대상자 산정 기준은 매출이 적합하다. 재난 직전과 비교한 매출 감소 폭이 손실의 정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분의 일부를 직접 보상할 수도 있고 임차료·인건비·조세 등 고정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다. 독일은 작년 12월 전면 봉쇄 이후 매출이 70% 이상 감소하면 고정비용의 90%, 매출이 50~70% 감소하면 고정비용의 60%, 매출이 30~50% 감소하면 고정비용의 40%를 지원한다. 여기서 두 방식의 합리적 배치가 중요하다. 매출은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경비를 토대로 만들어지기에 고정비용이 반영된 수치로 볼 수 있다. 이에 매출 감소분을 보상하면서 동시에 고정비용도 감면하면 중복 지원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일부 법안에서 이러한 요소가 발견된다. 보상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보상 방식이 타당하고 형평에 맞아야 한다.
누구든 재난을 맞으면 적절하게 보상받는 사회
세 번째는 보상 대상이다. 집합금지와 집합제한을 당한 자영업자가 핵심 대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방역 조치로 인한 손실은 이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직접 행정명령의 대상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피해를 보았다면 역시 보상받아야 한다. 또한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 취업자, 일감이 줄어든 일용노동자도 그러하다. 따라서 보상은 방역 조치의 직접적 대상 여부보다는 방역의 중대 단계에서 소득이 감소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보상의 제도화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그치지 않고 국민 전체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 재난 1년,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재난에 따른 손실보상에서도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가 보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무척이나 제한적으로 시행되어왔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손실보상을 전면 제도화하자. 물론 소요 재정이 클 것이다. 국채 발행의 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담대한 증세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 재난에도 소득이 증가한 기업과 개인이 있고, 상당 수준의 부를 축적한 계층도 늘 존재한다. 공동체를 구하는 일이기에 과감한 재정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정말 누구든 재난을 맞으면 적절하게 보상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전 국민 고용보험에 이어 우리에게 제시한 두 번째 미션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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