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프리카 출신 WTO 수장..美中 '무역·통상' 갈등 분수령 맞나

이준기 2021. 2. 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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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새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사진·66)가 선출됐다.

WTO 26년 역사상 첫 여성,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다.

오콘조이웨알라는 15일(현지시간)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164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WTO 사무총장에 정식 추대됐다.

'아프리카 출신 WTO 수장은 중국 쪽에 경도될 것'이라고 판단한 당시 미국은 함께 결선에 오른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대놓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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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콘조이웨알라, 정식 추대..내달 1일부터 4년 임기 시작
첫 여성, 아프리카 출신..WTO 재건·다자무역 복원 '숙제'
中 "역할 기대" 반색..美, 지지 선언했지만 여전히 꺼림칙
2012년 WB 총재직 두고 김용, 이번엔 유명희와 경쟁 눈길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새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사진·66)가 선출됐다. WTO 26년 역사상 첫 여성,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다. 그간 아프리카에 막대한 공을 들여온 중국은 반색한 반면, 일단 ‘지지’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내심 오콘조이웨알라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미국은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무역·통상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 만큼 오콘조이웨알라의 등장이 미·중 갈등에 중요 변수로 부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콘조이웨알라는 15일(현지시간) WTO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164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WTO 사무총장에 정식 추대됐다. 임기는 내달 1일부터 2025년 8월 31일까지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끌던 미국의 거친 압박으로 사실상 무너진 WTO의 권위·위상을 되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WTO를 ‘중국 편향적’이라며 줄곧 비난해왔다. 이와 맞물려 자유무역체계 복원, WTO 내부개혁 및 신뢰회복 등도 당면과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출신인 만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극복, 다시 말해 최빈국에 대한 백신 접종은 최우선 숙제일 수밖에 없다.

그는 성명에서 “팬데믹이 초래한 매우 심한 손상에서 완전하고 신속하게 회복하려면 강력한 WTO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서도 “무역도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무역통상 규범을 적용해 코로나 이슈를 최우선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전방위적 대중(對中) 강경책을 펼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 이에 맞서려는 중국 간 갈등을 막후 조정할 수 있을지다. 사실 오콘조이웨알라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노골적으로 딴지를 걸었언 인물이다. ‘아프리카 출신 WTO 수장은 중국 쪽에 경도될 것’이라고 판단한 당시 미국은 함께 결선에 오른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대놓고 지지했다. 실제로 WTO는 지난해 9월 미·중 간 관세 분쟁에서 중국의 손을 들어줬었다. 지난해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함께 결선에 오른 유명희 본부장을을 앞섰음에도 선출 절차가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유다.

물론 지난달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다자주의 복귀를 선언하며 오콘조이웨알라에 대한 지지로 선회했지만, 그에 대한 의심을 모두 떨쳐냈다고는 볼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통상 문제에서만큼은 일말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반면, 이날 중국 상무부는 “그가 WTO의 정상 기능을 조속히 회복시키고 방역 협력과 경제 회복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색했다. 오랫동안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군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오콘조이웨알라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지역개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2003∼2006년, 2011∼2015년)과 외무장관(2006년)을 지냈다. 나이지리아에서 여성이 두 부처 장관을 지낸 건 그가 처음이다. 세계은행(WB)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넘버2’인 부총재 자리에 오르며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2012년 WB 총재 자리를 두고 한국 출신 김용 전 총재와 막판까지 경쟁을 펼쳐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2019년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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