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공수처로 간다

정희상 기자 2021. 2. 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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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부터 취재원으로 오래 인연을 맺어온 중소기업인 두 명이 있다.

한진건업 반성오 회장과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다.

김 대표는 헌법소원을 냈다.

김 대표가 항의하자 담당 수사 경찰관은 "지휘 검사가 피고소인(엘지) 측은 불러 조사하지 말고 무조건 불기소 의견으로 올리라고 지시해 그대로 따랐다"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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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0여 년 전부터 취재원으로 오래 인연을 맺어온 중소기업인 두 명이 있다. 한진건업 반성오 회장과 서오텔레콤 김성수 대표다. 각각 재벌기업 삼성과 엘지그룹 계열사에 물건을 납품하고, 특허 기술을 제공했다가 ‘대기업 갑질’ 횡포로 사업체를 잃고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은 기업인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두 사람의 싸움 대상은 해당 재벌에서 검찰로 바뀌었다.

삼성과 엘지의 갑질 횡포, 그리고 이를 바로잡을 경제 검찰이라 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절망한 이 중소기업인들은 결국 검찰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도 재벌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떴다. 검찰은 반성오 회장이 접수한 고소 고발장을 받고도 차일피일 수사 착수를 미루다가 ‘기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 처분했다. 조사 과정에서 피고소인인 재벌 측은 물론 고소인조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억장이 무너진 반 회장은 고검·대검 등에 순차적으로 수사 검사의 직무유기까지 얹어 진정했다. 그러나 상급 검찰에서도 ‘기각’ ‘공람종결’ 등의 통지서만 받았다. 그는 검찰의 부당한 업무처리 과정에서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 등 합병증을 얻어 쓰러져 큰 수술을 받았다.  

서오텔레콤 김성수 사장이 당한 경우도 비슷했다. 검찰은 엘지가 서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소 기한이 지났다'며 불기소처분했다. 김 대표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부 전원일치로 “이 사건에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부당하다”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검찰이 기소독점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사장은 엘지가 자신에게 저지른 새로운 불법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담당 검사는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 수사관은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올렸다. 김 대표가 항의하자 담당 수사 경찰관은 “지휘 검사가 피고소인(엘지) 측은 불러 조사하지 말고 무조건 불기소 의견으로 올리라고 지시해 그대로 따랐다”라고 변명했다. 그나마 작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던 걸까. 수사 경찰관은 김 대표에게 이 사건이 훗날 문제가 되면 지휘 검사의 불기소 지시사항을 둘러싼 말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사실대로 증언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1월 말 이런 경찰관의 육성이 녹음된 녹취록을 들고 〈시사IN〉 편집국을 찾아왔다. 우리는 공수처로 간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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