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사장 "작년 보유현금 2000억 소진..구조조정 불가피"

임직원에 서신..실적 개선 강조
부산공장·XM3 경쟁력 강화 당부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CEO. [르노삼성차 제공]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서바이벌 플랜’에 돌입한 르노삼성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들의 자택으로 보낸 편지에서 “서바이벌 플랜에 따라 실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 대수 및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이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특히 수출 실적은 닛산 로그 생산이 지난해 3월 종료돼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부진에도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지출액은 변동이 없어 회사의 손실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작년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2000억원이 소진됐다”며 “지난달에도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현금 1000억원 가량이 줄면서 과감한 비용 절감에 대해 절박함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르노삼성차는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손실이 700억원에 달했다. 임원 40%를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한 데 이어 8년여 만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이유다.

시뇨라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가 함께 맞물리며 르노그룹 내 공장 간 제조원가 경쟁이 더욱 심화했다”며 “회사 역시 새로운 차종 및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제조원가 등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바이벌 플랜’의 핵심으로 구조조정과 함께 르노삼성차 제품의 가치 제고와 ‘XM3’의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그룹에서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원가 절감을 강조한 것에 대한 대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공장제조 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이는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품질과 비용, 시간, 생산성을 주요 항목으로 하는 생산 경쟁력(QCTP) 지표를 통해 르노그룹 내 전 세계 19개 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은 지난 2019년 5위에서 지난해 10위로 하락했다. 공장제조 원가 점수는 작년 기준 17위에 그쳤다.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임금 및 단체협상도 정상화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노사는 설 연휴 이후 6차 본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지난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로 획득한 합법권으로 파업 여부를 논의 중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시뇨라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바이벌 플랜 시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과 판매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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