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流가 바뀐다..투자 눈뜬 '젊은 그들'

2021. 2.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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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활동 줄어 여유 자금·시간 증가
로빈후드 등 무료 주식거래앱에 낮아진 투자장벽
젊은층 주식시장 유입 가속화..계좌수 400% 증가
실물경제 추락·취업난.."주식, 富 쌓는 유일한 방법"
'게임스톱 사태' 이후 18세이하 미성년 투자자 늘어
어린이 위한 주식 조기교육 서비스도 속속 등장
자기주도적 직접투자·거래앱 통한 거래 선호 뚜렷
'환경·기업 사회적 책임' 관심, 산업계 변화 주류로
초보투자자 대거유입 '제2 게임스톱' 우려 목소리

“주식 시장의 구조적 세대 교체가 다가오고 있다.”(펀드스트랫의 설립자 톰리)

바야흐로 증시 호황 시대다. 실물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증시만은 쉬지 않고 불타올랐다. 유례없는 ‘불장’은 로또 당첨 부럽지 않은 수 많은 투자 성공담을 쏟아냈고, 더 거세진 투자 열풍은 더 많은 투자 행렬로 이어졌다.

이 같은 투자 열풍 속에서 젊은 투자자들의 대규모 시장 유입은 특히나 관심 대상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10~30대의 밀레니얼(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과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의 주식 투자가 급증했고, 그 결과 이들이 뚜렷한 특징을 가진 하나의 투자 집단으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이들 밀레니얼과 Z세대가 현재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손인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의 자리를 넘겨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펀드슈퍼마켓인 아이패스트(iFAST)에 따르면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 기준으로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개설 계좌 수가 1년 전 대비 평균 400% 가량 증가했고, 온라인 투자 플랫폼을 제공하는스테이시어웨이(Stashaway)는 지난해 3분기 Z세대 투자자 수가 전년동기 대비 약 3.6배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주식 투자는 ‘코로나 세대’의 유일한 돌파구?=왜 젊은 세대의 주식 시장 유입이 늘어났느냐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스마트폰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나 외식, 그 밖의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자 여유 자금과 시간이 생겨났고, 여기에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다양한 무료 주식거래 앱들이 생겨나면서 주식 투자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 젊은층의 주식 투자 참여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또한 유튜브나 레딧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투자 정보를 쉽게 접하고, 쉽게 실제 투자에 적용할 수 있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디지털 친화적’ 특성도 주식 시장 유입을 가속화시킨 배경 중 하나다.

CNBC 프로그램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레머는 “코로나19와 수수료없는 거래 앱의 증가는 투자 시장에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였다”면서 “경험 많은 월가의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신참자들로부터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코로나19 불황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주식 투자가 새로운 여가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실물 경제 추락과 취업난이라는 불확실성 앞에서 주식 투자가 소위 ‘코로나 세대’에게 부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 전문 뉴스레터 피니마이즈가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9%가 ‘투자는 코로나19 속에서 부를 쌓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대학 졸업 후에 바로 투자에 대해 배웠거나, 배울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게임스톱이 키운 투자 열풍…주식 투자 뛰어드는 아이들=여기에 최근 전세계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게임스톱 사태는 18세 이하의 청소년과 어린이들까지도 주식 투자의 길로 이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돈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간식을 사거나 장난감을 사는 것에 필요한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뉴스나 유튜브 등에서 게임스톱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자 서서히 부(副)에 대한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게임스톱 주식으로 5000%의 수익을 얻은 미국 10대 소년 제이딘 카의 투자 사례가 화제가 되면서 자녀에게 조기 투자 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주식 거래 계좌 개설이 불가능한 18세 이하 미성년자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주식 거래를 시작하거나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에 대한 투자 교육 수요의 증가하자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서비스들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잔돈 자동투자 앱을 서비스하는 아콘스(Acorns)는 올해 초에 부모들을 위한 ‘얼리(Early)’라는 앱을 만들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얼리앱은 부모가 아이들을 위한 경비 등을 모으는 계좌로, 비록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앱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계좌 이전이 가능하다.

아콘스의 케네디 레이놀스 최고브랜드책임자는 “무엇이든 게임과 같이 보이게 한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어떻게 가지고 놀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저축과 투자도 마찬가지”라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에게 책임감을 함께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주도적, 혁신 성장주 선호…주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임박=젊은 세대의 주식 시장 유입은 곧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끌어왔던 기존 주식 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스트랫의 창업자인 톰리는 지난 1월 말 투자자 메모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성향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면서 밀레니얼 투자자의 특징으로 ▷주식 투자 선호 ▷자기주도형 직접 투자 선호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거래 선호 ▷온라인을 통한 주식 정보 수집 ▷장기적 혁신 성장주 투자 선호 ▷디지털 자산 선호 등을 꼽았다.

전문가는 이 같은 세대적 특징을 지닌 젊은 투자자들이 서서히 강력한 투자 집단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게임스톱’사태라고 밝혔다. 자기주도적 성향이 뚜렷한 젊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기관 투자자 대(對) 개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전쟁’이라는 유례없는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크레머는 “개인투자자 집단은 어느덧 전문가보다 더 강력한 집단적 힘을 구축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전체 성격을 바꾸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더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에 미래에 대한 투자에 나선다면 이는 곧 재정적으로 안정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반면,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쏟아진다면 ‘게임스톱’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SNS 등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재정적인 조언을 얻기보다 재무 조언자로서 사회적 책임 가진 전문가로부터 투자 조언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투자자로서 입지를 넓힐수록 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 세대와 비교했을 때 밀레니얼과 Z세대는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심이 높은 세대로 특징 지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투자자들의 부상과 동시에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이 필연적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례로 CNBC는 Z세대가 육류 소비 제한을 지지하는 핵심 세대로, 향후 10년 후에는 육류 대체물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다수가 상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다논, 유니레버 등 다수의 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식물 기반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고, 유니레버의 경우 최근 오는 2027년까지 식물 기반 육류와 유제품 대체물을 통해 10억유로(약 1조3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스위스 민간은행인 줄리어스 베어의 카스텐 멘케 차세대조사 책임자는 “기업들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세대의 투자와 소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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