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징금 폭탄 맞은 SPC, 공정위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檢, 행정소송 결과 지켜볼 듯… 속도 조절론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삼립 등을 거느린 SPC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SPC그룹이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인 SPC삼립(삼립)을 부당지원했다며 지난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조치를 했지만, SP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16일 공정위와 법조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최근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은 이제 막 소제기가 이뤄진 상태로 아직 첫 기일이 안 잡힌 상태다.
SPC그룹은 행정소송을 통해 공정위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건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의 경영 승계를 돕기 위해 계열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통행세를 거뒀다는 것이다.
SPC그룹은 사실상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이 계열사를 소유하는 구조다. 허 회장의 두 아들은 비상장사인 파리크라상 지분을 32.9% 가지고 있고, 그룹 내 상장사인 삼립 지분을 22.9% 가지고 있다. 공정위는 허 회장 아들들이 파리크라상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삼립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려 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밀다원, 에그팜, 그릭슈바인 같은 계열사가 원재료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삼립에 통행세를 냈다는 것이다. 210개 원재료를 넘기면서 제품 공급가의 평균 9%를 통행세로 냈다고 공정위는 설명하고 있다. 샤니의 브랜드 및 영업망을 삼립에 넘긴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반면 SPC그룹은 공정위의 지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밀다원 등 생산계열사는 물류, 연구개발, 영업 조직이 전무하기 때문에 삼립이 이런 역할을 대신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건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샤니 인수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한 차례 무혐의 판정을 받기도 했다.
허 회장 아들들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공정위 주장도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파리크라상은 삼립 지분을 40%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립 주가가 오르면 파리크라상 지분 가치도 높아진다. 삼립 주가가 오른다고 2세들이 파리크라상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행정소송에서 SPC그룹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SPC그룹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과징금 중에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작년 7월 제재 발표 때만 해도 떠들썩했지만, 구체적인 혐의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공정위가 무리한 것 아니냐는 말이 관가에서 나오기도 했다.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직후인 작년 9월 SPC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이후 반 년 가까이 검찰 수사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자료 확인과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작년말 참고인 조사까지만 진행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 자료를 검토했지만 혐의 소명이 쉽지 않아 수사팀의 고민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며 "아직까지 허 회장을 부르지 못한 건 결정적인 한 방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SPC그룹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도 있다.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수사를 진행하자는 속도 조절론이 나온 것이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임박한 것도 변수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김민형 공정거래조사부장은 전입 1년을 채워 이번 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부장검사가 오면 재검토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삼립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7% 증가한 2조5427억원을 기록했지만 과징금의 여파로 적자전환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291억원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지난해 당기순손실 123억7993만원을 기록했다.
향후 행정소송에서 SPC그룹이 이기면 부과한 과징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15~2019년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3조1980억원 중 소송을 통해 기업이 돌려받은 과징금은 1조153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의 기소율은 2016년 70%에서 2019년 31%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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