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코로나19 장기화에 드러난 빈곤의 그림자
[앵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전 세계 각국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일자리가 사라지자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동도 트기 전인 일본 도쿄의 한 공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자선단체가 빈곤층을 위해 무료로 나눠 주는 음식을 받기 위해섭니다.
[은퇴자 : "무료 배급소가 이케부쿠로, 우에노, 신주쿠, 시부야 등 많은 곳에 생겨났습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도쿄의 다른 공원에도 무료 배식 줄이 늘어섰습니다.
46살 유이치로 씨도 음식이 든 봉지를 받았습니다.
건설 노동자였던 유이치로 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유이치로/실직자 :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지만, 일본엔 많은 사람이 열차역과 종이상자에서 잠을 청합니다. 이전엔 노숙자들이 그랬지만 이제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 3% 미만 낮은 실업률에 사회안전망도 잘 갖춰져 있다는 선진국인데요.
하지만 코로나19의 광풍을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등 취약 계층이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이전에도 겨우 버텨온 사람들이 거리의 빈곤층으로 전락한 겁니다.
일본은 6명 중 1명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정규직이 아니거나 왕래가 없어도 자녀가 있을 경우 국가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렌 오니시/빈곤퇴치 시민활동가 : "오늘은 209명 줄을 섰습니다. 지금껏 가장 많은 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영향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프랑스 파리의 한 자선 단체 건물 밖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나눠 주는 곳입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겨울은 유난히 더 줄이 깁니다.
하루 평균 500명가량이 음식을 받아가고 있는데요.
[줄리엔 메이몬/무료 배식 시민단체 대표 : "학생들이 처한 힘든 상황을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목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배급소에 올 지하철비조차 없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상당수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시간제 근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을 해왔는데요.
도시에 봉쇄령이 내리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나엘르/학생 : "겨우 먹고 살기도 힘듭니다. 보모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어려워졌고, 오후 6시 이후엔 통금 조치로 일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학생들을 위해 구내식당에서 1유로로 두 끼를 때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학비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 학생들만 대상으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장기화한 코로나19는 빈곤층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 빈곤층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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