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하자"

오경민 기자 2021. 2.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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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3)가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고 한일 정부에 제안했다. 현재 정체돼 있는 위안부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제법에 따른 역사분쟁 해결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자는 차원이다.

이 할머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적 해결을 위해 이 문제를 유엔 사법기관인 ICJ에 회부해 국제법적 해결을 모색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께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님, 제가 김학순 언니와 앞서가신 분들을 만나서 일본의 만행을 국제사회에서 심판 받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모두 편안히 지내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추진위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한국의 국제법 위반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대신 양국의 분쟁을 ICJ에 회부해 유엔 사법기관의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스가 총리는 위안부가 ‘성노예’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등을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 할머니는 “저는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인정과 사과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방법이 없다. 우리 정부가, 국제법으로 일본의 죄를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어 “ICJ에서 공정한 판단을 받고, 완전한 해결을 하고, 양국 간에 원수 지지 말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가 총리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우리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추진위의 제안은 한국 법원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자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일본 정부를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중재하는 사법기관으로 끌어들이는 의미가 있다. 추진위는 “법원의 승소 판결은 최초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은 너무나 기쁜 판결이었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국제법상의 주권면제론을 내세워 우리 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사자들은 법원에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적절한 역사 교육 등을 조건으로 소 취하 제안을 했지만 일본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한국 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부에서 ICJ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진위는 유엔 총회에서 대륙별 안배에 따라 선출된 15명의 ICJ 재판관 가운데 1명의 일본인이 관행적으로 있어왔기 때문에 ICJ에 이 사안을 맡기는 것을 일본 정부가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절박한 마음” “마지막 소원” “간곡한 호소”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말하다가 끝내 오열했다. 추진위에는 이 할머니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과 위안부 증언 기록 프로젝트 <영원한 증언> 제작을 주도한 김현정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행동’ 대표와 서혁수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대표,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손해배상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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