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지진 20분 후 출근 스가..공관 입주 기피 논란 재연

박세진 2021. 2. 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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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전 총리 "위기관리 의식 결여" 비판..스가 "대응태세와 무관" 반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난 13일 오후 11시 넘어 발생한 규모 7.3의 후쿠시마 앞바다 지진을 계기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공관 입주 기피 문제가 새삼 부각됐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마련해 주는 고위 공무원 숙소를 '공저'(公邸·공관), 집무공간을 '관저'(官邸)로 부른다.

지역구인 요코하마에 자택이 있는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후에도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관저에서 500m가량 떨어진 아카사카(赤坂) 의원 숙소에서 계속 살고 있다.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 규모 7.3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4일 오전 후쿠시마현 니혼마쓰(二本松)시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이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에 훼손돼 있다. photo@yna.co.kr

16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현직 총리가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의원은 스가 총리의 관저 입주 기피에 대해 "위기관리 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노다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동일본대지진 후인 2011년 9월부터 1년 3개월여 동안 총리를 지낸 뒤 총선 참패로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정권을 물려준 인물이다.

그는 이번 후쿠시마 앞바다 지진이 발생한 뒤 20분 만에 스가 총리가 관저에 도착한 것을 문제 삼았다.

관저에 인접한 공관에 거주했다면 바로 위기관리를 지휘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분 뒤인 13일 오후 11시 9분께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고, 스가 총리는 지진 발생 15분 만에 숙소를 나서 지진 발생 20분 후인 11시 28분께 관저에 도착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14일 오전 관저에서 후쿠시마 앞바다의 강진에 관해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가 도착한 뒤 약 10분 후 관저 로비로 뛰어 들어간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4일 오전 1시 14분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오전 1시 58분께 관저에 대기 중인 기자들 앞에서 스가 총리도 기자회견을 열어 "쓰나미 우려는 없다. 인명을 제일로 삼아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 강진이 발생한 뒤 총리관저로 뛰어 들어가고 있다.

노다 의원은 "수도권에 (땅이 꺼지는) 직하형 지진이라도 발생했으면 어쩔 뻔했느냐. 도로가 끊어지면 아카사카 숙소에서 관저가 코앞이라고 해도 20분 안에 도착할 수 없다"며 연간 1억6천만엔(약 17억원)의 관리비가 들어가는 공관에 입주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노다 의원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10분이면 일본 열도에 도달한다며 위기 관리상 1~2분은 큰 차이가 있는 점을 들어 공관에 입주하라고 스가 총리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현 숙소에서 관저까지) 걸어가도 10분이면 된다"며 공관으로 이사하겠다는 입장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다만 경호 문제를 포함해 의원 숙소 거주의 폐해가 크다면 공관 입주를 검토하겠다면서 "공관 입주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긴급사태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도 공관으로 들어가지 않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일본 총리 공관 전경.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총리 공관은 1929년 지어진 옛 공관을 개수해 2005년 4월부터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까지는 제1차 집권 때의 아베 전 총리를 포함해 역대 총리가 거주했다.

자민당 소속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옛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노다 전 총리는 새해를 공관에서 맞기도 했다.

노다의 뒤를 이어 2차 집권기를 연 아베 전 총리는 공관에 입주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만 가끔 지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지금까지 공관에서 제대로 밤을 보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둘러싸고 일제시대 공관에서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일을 스가 총리가 찜찜하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역대 일본 총리들 사이에서 "넓기만 하고 춥다"는 악평을 받아온 총리 공관은 해군 장교 주축으로 일어났던 쿠데타인 1932년의 5·15 사건, 육군 청년 장교들이 일으킨 반란인 1936년의 2.26 사건 무대였다.

5·15 사건으로는 당시 총리이던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1855∼1932)가 암살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월 스가 총리가 공관 입주를 꺼리는 배경을 분석하면서 관방장관 시절이던 2013년 5월의 기자회견장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한 적이 있다.

스가 총리는 당시 총리 공관에서 귀신(유령)이 나올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지를 묻는 말에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런가"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1993년 이후 공관에 거주하지 않는 총리는 2차 집권기의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 등 두 사람밖에 없다면서 스가 총리가 공관 입주를 꺼리는 이유로 '잠시나마 개인적인 생활을 즐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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