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안 하면 죽는 나라 있다? 일본인들이 목숨 걸고 하는 이유 [왓칭]

손호영 기자 2021. 2.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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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 or SKIP?]
넷플릭스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
한 달 만에 전세계서 1800만명 시청
일본판 박보검이 주인공
한 순간 텅 비어버린 도쿄 시부야의 스크램블 거리./넷플릭스

모든 게임엔 ‘마스터’가 있다. 게임을 기획하고 설계한 어떤 존재. 어느 날 갑자기 정교한 게임 속 세상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억지로 목숨을 건 게임에 참가한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 게임. 이 게임의 ‘마스터’는 누구이고, 그는 왜 이 게임을 만들었나. 매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 차들이 멈춰 섰고, 전기와 통신도 끊겼다. 벌건 대낮 수천명이 오가던 시부야 거리엔 쓰레기만 나뒹군다. 시끄럽던 도시가 쥐죽은듯 고요하다. 히키코모리 백수 ‘아리스’와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두 친구는 불안과 자유가 기묘하게 섞인 채로 텅 빈 도시를 걷는다.

대학 중퇴생에 게임 중독으로 가족에게 외면받던 주인공 아리스,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조타, 사장의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우다 술집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가루베. 세상과 아슬아슬 줄타기 하던 세 친구. 혹시 우리 지옥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가 된 건가?

텅빈 시부야 거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 아리스(가운데)와 두 친구./넷플릭스

그 순간 시부야 건물에 불이 켜진다. “GAME START”.

이제부터 세상은 게임의 배경. 규칙은 간단하다. 살고 싶다면 싸워라. 매일 일몰 후 도쿄 전역에서 열리는 게임 중 하나에 참가한다. 살아남으면 숫자가 적힌 비자를 받고, 주어진 날 만큼 살 수 있다. 비자가 만료되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게임광 아리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 주인공은 산악인 여주인공 우사기와 힘을 합쳐 유일한 희망인 비치(beach)를 찾아 떠난다.

암벽 등반가인 주인공 우사기.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등산가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며 힘차게 살아왔다. 체력전인 스페이드(♠) 게임에 능하다./넷플릭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주간 소년 선데이’ 등에서 연재된 아소 하로의 생존 스릴러 만화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만화도 매니아층이 두텁다. 일본에선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공개한 지 28일 만에 전 세계에서 1800만명이 시청했다. 1월 31일 기준으로, 로튼토마토 팝콘지수는 94%. 평론가들보다 대중에게 인기가 좋다. 아시아 전역을 포함한 40여개국에서 ‘TOP10’ 콘텐츠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공개 2주 만에 시즌 2 제작이 확정됐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사토 신스케는 이 시리즈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는 방법에 대한 문제로 고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원래 삶에서는 도무지 의미를 찾지 못하던 이들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선 죽음에 정면으로 맞선다. 서로 돕고 스스로를 극복하며 생존한다.

주인공 아리스 역은 현 시점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20대 남배우 ‘야마자키 켄토(25)’가 맡았다. 우리나라에선 ‘야마켄’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드라마에선 덥수룩한 머리에 꼬질꼬질한 게임 중독자로 등장하지만, 실제론 일본의 ‘박보검’으로 불릴 만큼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주인공 아리스가 찾는 '비치'는 정말 파라다이스일까. 아리스와 우사기는 매일 닥쳐오는 죽음의 위협에서 서로 기대며 생존한다./넷플릭스

Stream it?

“영화 ‘배틀로얄’이나 ‘라이어게임’을 좋아한다면.”

드라마는 카드게임을 모티브로 한다. 스페이드는 힘이 필요한 체력게임, 클로버는 협동게임, 다이아몬드는 두뇌게임, 하트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심리(배신) 게임이다. 참가자 중 단 한 명만 살 수 있는 게임도 있고, 다같이 힘을 합쳐 모두 살아남는 게임도 있다. 죽음을 위해 고안된 게임 하나하나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리즈 첫 화에서 아리스와 두 친구가 시부야 교차로를 지나는 장면. 실제 시부야 거리가 아닌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세트장 사방으로 녹색 크로마키 스크린이 보인다./넷플릭스

“돈 냄새 나는 완벽한 CG, 손에 땀 쥐는 추리물이 보고싶다면.”

수천명이 오가던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한 순간 텅 비는 장면은 압권이다. 아리스와 친구들은 시부야 거리에서 경찰을 피해 역의 공중화장실로 뛰어들고, 안에서 잠시 기다렸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진 시부야 거리를 발견한다. 이 장면이 4분이 넘는 싱글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다.

시부야 거리에서 사람들을 모두 내쫓거나 CG로 하나하나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찍었을까? 답은 세트장이다. 실제 시부야 교차로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도치기현의 아시카가시에 있는 거대한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지하철역을 비롯해 공중화장실, 거리 등 실제 시부야 거리의 모든 것들을 제작했다. 주변 배경이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실제 그 시간쯤 드리워지는 도큐 빌딩의 그림자까지 재현했다.

터널 전체에 물이 차는 장면이나 흑표범, 호랑이에게 쫓기는 장면 등도 놀랍도록 현실적으로 연출했다. 호랑이는 2012년작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를 제작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에니메이션 감독 에릭얀 더부르가 작업했다. 흑표범을 제작할 땐 동물원에서 흑표범의 움직임과 털까지 연구했다.

촬영을 위해 도쿄 시부야 거리와 똑같이 재현한 세트장 모습./넷플릭스

Skip it?

“19세 이상 관람가 주의! 잔인한 장면이 싫다면”

넷플릭스의 다른 19금 작품들처럼 선혈이 낭자한 고어 드라마는 아니지만, 하늘에서 내리 꽂는 붉은 레이저가 머리부터 관통해 즉사하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한다. 총에 맞아 죽거나 칼에 찔려 죽고, 목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아무튼 다양한 방법으로 죽는다. 죽는 장면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상상만으로 눈살이 찌뿌려지는 장면들도 자주 나온다. 성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물이 점점 차오른다. 시간 내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쇠로 된 고리까지 물이 차올라 감전으로 모두 죽게 된다./넷플릭스

“세상이 멸망하는 아포칼립스물은 이제 지겹다면. 정교하고 명확한 심리전을 원한다면.”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과 비슷한 설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지옥이 된 세상, 게임광 히키코모리 남자 주인공과 운동광 여자주인공의 조합이다. 스위트홈의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가 좋다면 추천, 지겹다면 비추천이다.

게임 설정이 정교하지는 않다는 비판도 있다. 왜 저렇게 맥없이 다들 죽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도 나온다. 원작 만화도 마찬가지다. 일본 작품 특유의 교훈적, 신파적 감성이 싫은 이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개요 드라마 l 일본 l 41~52분·8편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사토 신스케

특징 게임, 긴장감, 추리, 디스토피아

평점 로튼토마토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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