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故최숙현 동료 "체육계 현실 너무 더러워. 피해자만 다칠 뿐 바뀌는 게 없다"
- 故 최숙현 사건·팀 내 폭행 증언 후 재계약 불발
- 체육계 동료 선수 간 가혹행위 많아
- 실력 좋은 국대급 선수, 감독이 관여 못 하는 구조
- 폭력 사건 증언 후 동료들 체육계 떠나
- 체육계 폭력 근절? 현실 전혀 바뀌지 않아 정지은>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정지은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
☏ 진행자 > 체육계 폭력 사건이 또 불거졌습니다. 이번에는 이른바 학폭 사건인데요. 학교폭력이든 아니든 이걸 떠나서 체육계 폭력이 만연돼 있다는 점, 그 다음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폭력의 가해자는 버젓이 선수 활동을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현장을 떠나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주목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한 인터뷰를 하나 준비했는데요.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애청자 여러분들 다들 기억하시죠? 이 사건을 당시 세상에 알렸던 동료이자 본인 역시 팀내 폭력 사태 피해자이기도 했던 분입니다. 정지은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 전화로 만나보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정지은 >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정지은 > 지금은 운동을 은퇴하고 쉬고 있는 상태예요.
☏ 진행자 > 선수 생활을 접으셨어요?
☏ 정지은 > 네.
☏ 진행자 > 왜 접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정지은 > 우선 16년 동안 운동하면서 이번에 더 느낀 게 운동 바닥은 좁고 좁아서 뭔가 너무 현실적인 게 너무 더럽더라고요.
☏ 진행자 > 환멸감 비슷한 게 오셨고.
☏ 정지은 >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만두게 되었죠.
☏ 진행자 > 예를 들어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불거졌던 세상에 고발하셨고, 이것 때문에 소속 단체로부터 계약 안 된다 이런 통보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맞습니까?
☏ 정지은 > 네, 맞아요.
☏ 진행자 > 그런 이유도 작용한 겁니까?
☏ 정지은 > 네,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 진행자 > 그래요. 우리가 흔히 아는 자의반 타의반 이런 거라고 정리해야 되는 거예요?
☏ 정지은 > 예.
☏ 진행자 > 혹시 시간되면 조금 이따 다시 여쭤보도록 하겠고요. 지금 배수선수 학폭 사건이 불거졌는데 어떻게 지켜보고 계세요?
☏ 정지은 > 저희가 이제 어떻게 보면 폭력 사건을 얘기를 했잖아요.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내서 하나하나씩 말하는 것 같아요. 숨겨져 있던 모르는 사실을 하나하나씩 얘기하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동료 선수에 의한 폭력, 폭행 이런 게 만연돼 있습니까? 정말로 이렇게.
☏ 정지은 > 제가 볼 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진행자 > 조금 전에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우리 정지은 선수도 팀내 폭력 사태 피해 선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개 말씀을 드린 바가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여쭙긴 망설여지긴 합니다만 혹시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정지은 > 팀내 가혹행위는 진짜 엄청 많았고요. 성추행, 그리고 식폭행, 주장선수의 괴롭힘 왕따는 엄청 많이 당했죠.
☏ 진행자 > 그래요. 말 그대로 동료잖아요. 같은 선수 생활하는 동료잖아요. 동료가 왜 그래요.
☏ 정지은 > 자기가 나이 많다는 이유로, 주장이란 이유로, 후배 선수들을 한 거죠.
☏ 진행자 > 선배라는 이유로 주장이란 이유로. 사실 폭력 폭행 이유를 대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고 말이 안 되는데 어떤 경우든 자기 기분에 따라 그런 식으로 하는 겁니까?
☏ 정지은 > 네, 저는 그렇게 당했었어요.
☏ 진행자 > 예를 들어서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같은 경우 감독이 가해자이기 때문에 이 질문이 성립이 안 되긴 합니다만 그 구체적 사례를 벗어나서 일반적으로 드리는 질문인데요. 감독이나 코치나 이런 사람들에 의해서 제어가 안 됩니까? 같은 선수에 의한 폭행 사태가.
☏ 정지은 > 제어가 될 수 있으면 조금은 되긴 하겠지만 그 선수가 팀에 많은 위력이다,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러면 감독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예요. 지켜만 보고 있는 거죠.
☏ 진행자 > 그 선수가 실력 좋고 국가대표급이고 이래버리면 감독도 거의 터치를 못한다 이런 말씀이네요.
☏ 정지은 > 예.
☏ 진행자 > 결국 실력 위주의 체육계 풍토가 가지는 근본 원인이다 이렇게 봐야 되는 네요. 성적위주의.
☏ 정지은 > 네, 맞죠.
☏ 진행자 >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고 설령 문제제기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 거의 없다고 봐야 되는 거고요.
☏ 정지은 > 네, 이번 사건도 묻힐뻔한 걸 다시 언론에 퍼뜨린 거고요.
☏ 진행자 > 결국은 견디다 못해서 떠나거나 계속 견디거나 둘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겁니까?
☏ 정지은 > 사실상 거의 떠난다고 봐야죠.
☏ 진행자 > 정지은 선수 주변에서 떠난 선수 많이 있었어요?
☏ 정지은 > 현재 딱 두 명 남고 다 그만둔 상태예요.
☏ 진행자 > 트라이애슬론 같이 했던 선수 중에, 모두 몇 명이었는데요?
☏ 정지은 > 현직 선수가 6, 7명 됐었는데요. 이번 사건 계기로 2명이 남고 다 그만두거나 재계약이 불발됐죠.
☏ 진행자 > 그만두거나 재계약이 불발된 것도 결국은 故 최숙현 선수 문제와 관련해서 세상에 비리와 폭행을 고발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죠?
☏ 정지은 > 예.
☏ 진행자 > 이왕 얘기 나온 김에 여쭤보고 싶은게 소속 단체에서 재계약이 어렵다고 했던 이유는 댔을 것 아닙니까? 뭐라고 이유를 대던가요?
☏ 정지은 > 우선 미안하다, 데리고 가기 힘들다는 말을 먼저 하더라고요.
☏ 진행자 > 왜 데리고 가기 왜 힘들어요?
☏ 정지은 > 제가 지금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고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 진행자 > 팀에서 보호하고 지원해줘야 되는 거잖아요.
☏ 정지은 > 처음에는 제가 짐을 싸고 왔을 때는 좀만 더 해보자고 잡았어요. 처음에는 잡았는데 일주일 뒤에 면담하더니 안 되겠다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 진행자 > 일주일 사이에 태도가 180도 돌변한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닙니까?
☏ 정지은 > 그건 시청 소속 직원 분들끼리 뭐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 진행자 > 지금 같이 운동을 그만둔 과거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정지은 > 그만둔 선수들은 정말 일상 생활이 정말 보통인 거잖아요. 일상 생활하는 게. 그런 게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로 지내고 있죠.
☏ 진행자 > 정지은 선수도 그렇게 지내고 계시는 거예요?
☏ 정지은 > 저도 하루하루 너무 행복하고요.
☏ 진행자 > 행복하세요?
☏ 정지은 > 네.
☏ 진행자 > 괴롭힘에서 벗어나서 행복하신 거예요?
☏ 정지은 > 어떻게 보면 그렇죠.
☏ 진행자 > 아쉬움도 있을 것 아닙니까? 선수생활을 접은 것에 대한.
☏ 정지은 >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저는 지금 운동에 대한 정이 완전히 떨어져버린 상태여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도 별로 없습니다. 이제.
☏ 진행자 > 이번에 불거진 사건에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는 선수들의 대해서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졌는데 이 징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정지은 > 무기한 정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정지라고 해놓고 법의 심판을 받고 그건 잘못한 대가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일각에서는 무기한 정지했지만 또 소나기 피하고 여론 잠잠하면 다시 복귀시키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분석내놓는 사람도 있던데 정지은 선수도 같은 생각이세요?
☏ 정지은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 진행자 > 여기서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는데 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나 체육계에서 근절하겠다 대책내놓겠다 이런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별로 바뀌는 건 없는 거죠?
☏ 정지은 > 전혀 없다고 보면 돼요.
☏ 진행자 > 왜 그런 거예요?
☏ 정지은 > 보여주기 식으로 바뀌겠다 안 하겠다 안 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제가 느껴본 당사자로서 오히려 피해 받은 사람한테 피해가 더 왔지 덜오진 않고요.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이고 성적 좋은 선수들 데리고 어떻게든 메달 하나 따야 된다 이런 것도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되는 거예요?
☏ 정지은 > 그렇죠. 맞죠.
☏ 진행자 > 알겠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정지은 > 네.
☏ 진행자 > 지금까지 정지은 전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함께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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