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공매도 금지' 5월2일까지 연장..주식 빌려서 매도하고, 주가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서 갚는 매매기법
- 금융당국, 반발하는 개미들에 밀려 재연장했지만…“선거용 미봉책”
개미들 “기울어진 운동장, 아예 폐지해야… 재개땐 주가폭락”
증권가 “눈에 띄는 하락 없을것… 계속 막으면 글로벌 역효과”
美개미는 ‘게임스톱’ 사들여 공매도 세력 맞서… 주가 급등락
금융위, 개인 대주제도 확대키로…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도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린 뒤 주식시장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의 대표적 사례가 공매도다. 시장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의 핵심 주체로 자리 잡은 동학개미군단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빚어진 논란이다. 초반까지만 해도 단순히 공매도 재개 시점이 갈등의 핵심이었는데, 논의가 진행될수록 공매도가 기관·외국인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부각됐다. 불법 공매도를 아예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특히 미국에서 벌어진 ‘게임스톱 사태’ 이후 공매도 논쟁은 훨씬 더 다양한 양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당초 예정했던 3월 15일에서 5월 2일까지 연장한 후 5월 3일부터 부분적으로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적한 각종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도 약속한 상태다. 공매도,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짚어봤다.
1. 공매도의 종류는
공매도는 주식시장에서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이다. 가령 A 종목 주가가 1만 원이고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A 종목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1만 원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그리고 실제 주가가 5000원으로 하락하면 A 종목을 다시 사 5000원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기법이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많은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한 투자자는 손해를 본다. 또 주식을 확보하지 못해 결제일에 주식을 입고하지 못하면 결제 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구분한다. 차입 공매도는 제3자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다시 갚는 방법이다. 무차입은 현재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판 후 결제일 이전에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다시 사 갚는 방법으로, 한국에선 금지돼 있다.
2. 공매도 재개 일정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전격적으로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이후 6개월을 추가 연장해 당초 오는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정치권과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고심을 거듭한 금융위는 지난 3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재연장, 오는 5월 3일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 전면적 재개가 아니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만 공매도를 허용키로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 때문에, 정부 여당은 오는 4월 7일 광역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 표심 때문에 각각 공매도 재개에 반대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적지근한 절충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장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매도 재개를 추진하되 선거 등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교묘히 재개 시기를 조절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개인 투자자들은 선거용 미봉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 개미군단은 왜 격분하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공매도는 개인 비중이 0.1%에 불과하다. 이는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로부터 팔고 싶은 주식을 우선 빌려와야 한다. 대주(貸株) 기간은 60일에 불과하고, 적용 이자는 연 2.5% 수준이다. 공매도한 종목이 두 달 안에 이자를 낼 만큼은 떨어져야 차익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6곳에 불과한 데다, 거래 가능 종목도 한정돼 있다 보니 대주시장 규모는 연 230억 원 정도로 미미하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수수료만 내면 사실상 무기한 차입이 가능하다. 적용 이자도 개별 협의할 수 있다. 또 빌릴 주식만큼 증거금을 내야 하는 개인과 달리 외인·기관은 증거금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개미군단은 무차입 공매도 사전차단 시스템을 요구하는데 현재까지는 어느 나라에서도 못하고 있다.
4.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영향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재개하면 주가가 폭락해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대로 증권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스페인,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등 공매도 금지 국가들의 경우 공매도 금지 해제 직후 첫날에는 수익률이 1%가량 소폭 하락했다가 다섯째 날(0.6%)부터는 반등했다고 밝혔다. 이 국가들의 공매도 금지 기간, 해제 이후 기간별 수익률은 공매도를 허용한 미국, 영국, 독일 등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등 두 번의 사례에선 공매도 재개 이후 눈에 띄는 주가 하락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3000 선을 넘어서는 등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고,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도 현재 66조 원대로 풍부한 개인 순매수 여력이 증시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5. 반(反)공매도 운동 추진 배경은
한국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투연은 이달 글로벌 커뮤니티인 ‘레딧’에서 벌어진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의 한국판인 ‘케이스트리트베츠’(K-streetbets)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매도 잔액이 높은 기업인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주주 연대와 연합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지원을 이끌어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한 후, 미국 내 개인 투자자인 로빈후드와 연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투연은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등 문구가 쓰인 홍보버스도 운영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일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가는 각각 14.51%, 7.22% 급등하기도 했다. 공매도 잔액 비중(지난 3일 기준)이 5.0%에 육박하는 두산인프라코어도 주주들이 공매도에 맞서 주식을 매수하는 이른바 ‘두인스톱’ 운동을 벌였다. 공매도 비중이 큰데 주가는 8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라 주주들이 뭉치면 ‘한국판 게임스톱’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6. 대표 사례인 미국 ‘게임스톱’은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에 맞서 비디오게임 업체 게임스톱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헤지펀드 멜빈캐피털과 시트론리서치가 1월 게임스톱을 공매도하겠다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의 개미들은 ‘레딧’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결했다. 이들이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밀어 올리면서 게임스톱 주가는 1월 26∼27일 각각 92.71%, 134.84% 폭등했다. 한때 325달러까지 치솟은 게임스톱 주가는 급등락을 오가면서 지난 12일(현지시간) 52달러대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해 말(18.84달러)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AMC도 마찬가지로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 간의 전장이 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로빈후드는 급기야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한 시장 변동성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의 과도한 변동과 관련한 미 하원 청문회가 열린다. 로빈후드, 멜빈캐피털 등의 경영진이 출석할 예정이다.
7. 한국의 반공매도 운동의 파괴력은
한국은 SNS 등 커뮤니티가 발달해 있고 개인 투자자가 많아 ‘한국판 게임스톱’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같은 ‘극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은 주가에 대한 가격제한 폭이 없지만, 한국은 전날 종가 기준 30%를 넘어서는 급등락을 제한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오를수록 손실이 커지는데 한국에선 주가 상승 폭이 제한돼 개인이 공매도 세력에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과열 종목지정 제도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급등하면 단기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단일가 매매’ 방식을 적용한다. 투자자들이 낸 매수·매도 호가 중 중간값을 30분 단위로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매매하게 해 주가 폭등을 완화한다. 또 한국은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율(공매도 잔액 비율)이 10% 미만이라 개인의 매수 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게임스톱의 경우 공매도 잔액 비율이 100%를 웃돌고 한때 140% 이상 치솟았다.
8. 공매도 금지가 평판에 영향 미치나
공매도는 선진국에선 두루 허용하고 있어 공매도를 오랜 기간 금지하면 외국인 투자자 등이 떠나는 등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시장 안정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경제도 회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경제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공매도 금지 기간이 세계 최장으로, 인위적인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해 시장 폭락의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제한적인 공매도 재개에 대해 펀드매니저 등 갈수록 많은 시장 관계자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9. 정부의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은
금융당국은 우선 무차입 공매도 적발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적발 기법 고도화 등을 통해 불법 공매도 사후 적발·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달까지 공매도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30년의 징역형과 주문 금액만큼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오는 4월부터 시행된다. 또 증권사별로 공매도 투자자별 대차 정보보관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 아울러 오는 3월 16일부터 시장 조성자 제도를 전면 개편해 미니코스피200 시장 조성자의 주식시장 공매도를 금지한다. 금융위는 오는 5월 3일 공매도 부분재개 이전에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10. 개인 공매도를 활성화한다는데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전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차입할 수 있도록 증권금융이 결제 위험을 부담하는 개인 대주 제도를 확대 개편한다. 현재 2조∼3조 원가량의 대주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공매도는 이론상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투자’다. 금융위는 공매도에 처음 투자하는 모든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의 특수성과 위험성에 대한 사전교육, 모의투자를 의무화한다. 투자 경험이 쌓일 때까지 투자 한도도 둔다. 초기 투자 한도는 3000만 원이다. 2019년 개인 공매도 참여자의 평균 차입 잔액이 23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이고 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 원 이상이면 투자 한도가 7000만 원, 공매도 투자 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 투자자에게는 차입 한도를 두지 않는다.
민정혜·김보름·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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