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이상 한파..대규모 정전·백신 접종 중단·사고 속출

인터콘티넨털 공항 기온, 1989년 이후 최저
정전에 수도관 얼어붙어 단수 이중고
백신 접종소 문 닫고 예약 줄줄이 취소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텍사스주에 몰아친 이례적인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텍사스에서 380만 전력 고객이 정전을 겪고 있다.

해리스카운티에서는 적어도 한명의 노숙자가 극심한 추위 탓에 사망했다.

눈과 얼음으로 도로가 뒤덮여 운전이 거의 불가능하며 차량 사고가 수백건 발생했다. 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휴스턴에 있는 조지 부시 인터콘티넨털 공항과 호비 공항은 문을 닫았다. 오스틴의 오스틴-버그스톰 국제공항은 이날 모든 항공기의 이륙을 취소했다.

인터콘티넨털 공항의 이날 오전 기온은 영하 8.3도까지 떨어지며 1989년 12월23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다음날 기온은 영하 11.6도로 내려갈 수 있다.

전날에는 처음으로 텍사스주 전체에 겨울폭풍경보(winter storm warning)가 내려졌다. 이 경보는 텍사스 인근 루이지애나·아칸소·미시시피주 등으로 확대됐다.

1000만 고객을 보유한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 온코르(Oncor)는 이날 아침 전력 부족으로 인한 정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전력 흐름을 관리하는 텍사스주전기신뢰위원회(ERCOT)는 전력 수급을 맞추기 위해 주 전역에서 단기적으로 순환 정전을 지속할 방침이다.

ERCOT는 "극심한 기상 조건 때문에 연료 종류와 무관하게 많은 발전 장치가 오프라인 상태로 전환돼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당국 관계자들은 정전 중 부적절하게 발전기를 사용하면 저체온증과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븐을 가동해 집을 따뜻하게 하려는 시도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수백만건에 달하는 텍사스 정전 사태는 연료 및 전력 수요를 끌어올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었다.

일부 가구는 정전뿐 아니라 배수관이 얼어붙어 물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농업을 포함한 경제적인 타격은 엄청날 전망이다. 보험업계 기상학자들은 이번주 말까지 계속될 한파로 10억달러(약 1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파는 백신 접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 관계자는 날씨 때문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반출이 일단 중지됐다고 밝혔다. 문을 닫은 접종소도 있다.

텍사스 보건부 대변인은 "적어도 17일까지는 납품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스틴 주민 샤나 갤러거(26)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해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기회를 얻었지만 예약이 취소됐다. 갤러거는 "예약을 위해 며칠에 걸쳐 3시간 동안 클릭과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이제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WP는 이상 추위가 텍사스뿐 아니라 약 30개주에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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