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SNS' 팔러, 트럼프 탄핵 모면 소식에 본격 재가동

박수현 기자 2021. 2. 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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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세력의 소셜미디어, ‘팔러(Parler)’가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탄핵을 피했다는 소식에 또 한번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마크 메클러 팔러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 시각)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새 웹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해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주 안으로 기존 이용자들을 안착시킨 뒤, 다음주부터 신규 가입자들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메클러 CEO는 "지난달 수백만 명의 미국인의 입을 막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오프라인 상태가 됐을 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력하게 돌아오겠다고 결심했다"며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시민 소통에 헌신하는 최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팔러와 손을 잡은 웹호스팅 서비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 기반 데이터 업체인 스카이실크로 알려졌다. 스카이실크 측은 이날 낸 성명에서 "팔러가 일부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람들의 피난처로 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적인 반응을 받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스카이실크는 증오를 옹호하거나 묵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이 내리는 판단에 대한 권리를 지지하고 판사나 원 또는 집행자의 역할을 거부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양사 간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팔러 측은 이날 발표한 새 이용자 정책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해 관련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전문 관리자들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오류나 부당한 이유로 게시물이 내려진 이용자들에게는 ‘항소’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의 인종과 성별, 종교를 공격하는 게시물에는 ‘트롤링 필터(trolling filter)’를 씌울 방침이다. 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게시물에 붙이는 경고 문구와 비슷하며, 클릭시 열람이 가능하다.

팔러가 15일(현지 시각) 서비스 중단 한 달 여만에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2018년 설립된 팔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인 레베카 머서와 보수 인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이용자 콘텐츠를 제재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후로 극우 음모론단체인 큐어넌(QAnon)과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달 6일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연방의회 난입 사태 이후 트위터・페이스북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하고 관련 게시물을 막으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대안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명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의 사전 모의 장소로 쓰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아마존은 웹호스팅 서비스를 중단했고 애플과 구글도 스토어에서 팔러 앱을 차단했다. 폭력을 선동하는 플랫폼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팔러 측은 이같은 조치를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자 죽이기"라고 맹비난하며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계정 유지 명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예비판결에서 아마존의 손을 들어줬고, 존 매츠 팔러 CEO는 이달 초 해고됐다. 팔러는 지금까지도 애플과 구글 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불가능하다.

엘리자베스 리니에리스 노트르담대 교수는 팔러의 귀환이 애초부터 시간 문제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누가 온라인상에서 존재할지 말지를 민간 기업이 결정하는 데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벤 윈저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소속 변호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의회 난입을 선동한 역겨운 연설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스토어 퇴출과 웹호스팅 서비스 중단은 계정 중지·게시물 규제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리니에리스 교수는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극우 성향의 개인과 단체들이 팔러로 이주하면서 오늘날 사회의 대립과 분열을 더욱 심화한다는 점도 있지만, 팔러의 등장은 망중립성이라는 미신을 드러낸 데에 의의를 갖는다"며 "우리는 거대 플랫폼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앱들을 통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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