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증액 힘든' 미국 '美日동맹'으로 中 압박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21. 2.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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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中과 경제협력 단절은 어려워
1월 28일 처음 전화통화를 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니케이아시안 리뷰]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12월 7일 '2020년의 미·일 동맹-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동등한 동맹'(이하 5차 보고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야 할 미·일 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아미티지·나이 5차 보고서'로도 불리는 이 보고서에는 '앞으로 미·일 동맹이 중국에 대한 경쟁적 공존, 북한에 대한 억제와 봉쇄를 공동 실시해야 하며 경제·과학기술에서도 중국에 대응해 5G 등 분야에서 국제적 표준을 정립하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제언 등이 담겨 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과 나이 교수는 앞서 같은 성격의 보고서를 2000, 2007, 2012, 2018년 등 모두 4차례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 역대 정부는 이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대부분 실행에 옮겼다. 

이번 5차 보고서는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및 경제위기로 국방예산을 늘리기 어려워진 만큼, 미·일 동맹의 '상호 운용성'을 넘어 '상호 의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일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적극 추진,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강화와 확대도 주문했다.

美·日, 안보 및 경제·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쿼드(Quad)’ 회의에 참석한 인도, 일본, 호주, 미국 외교장관(왼쪽부터). [ANI]
그리고 일본을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의 정보 공동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여섯 번째로 가입시켜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5차 보고서는 이와 함께 바이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재가입해 일본과 경제·과학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정부가 5차 보고서에 담긴 전략을 그대로 추진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 동맹 강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월 2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첫 전화통화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을 약속했다. 미·일 안보조약 제5조는 '미·일은 일본 행정권 아래 있는 영토에서 미국 또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자국의 헌법 규정 및 절차에 따라 공동 위험에 대처하도록 행동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센카쿠 열도가 자국 행정권 안에 있는 만큼 당연히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은 앞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두 정상은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은 미·일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을 의미한다. 두 정상은 쿼드 협력을 확대하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했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조기 해결 필요성에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면서 "한일 간 갈등 사안인 강제 징용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NHK 방송은 두 정상이 앞으로 서로를 이름인 '조'와 '요시'(스가 총리의 이름인 요시히데의 준말)로 각각 부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일파 대거 포진한 바이든 정부

지난해 11월 미국과 일본 함정이 동중국해에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국 해군]
그렇다면 앞으로 '조-요시'가 '론-야스'처럼 밀월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1980년대 서로의 이름을 '론'과 '야스'라고 각각 부르면서 전후 가장 긴밀한 미·일 동맹을 맺은 바 있다. 스가 총리의 전임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관계를 '제2의 론-야스'처럼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주일 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더불어 무역 협상에서 농산물 대거 수입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양국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일본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에는 지일파로 분류되는 인사가 대거 포진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하는 이른바 '아시아 차르'인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있다. 캠벨 조정관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로 일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만든 설계자이기도 하다. 캠벨 조정관은 2016년 저서 '피벗'에서 중국의 부상에 맞서 한국,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아시아에 접근하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쿼드를 확대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캠벨 조정관은 스가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맺어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등도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최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의 관계를 뛰어넘는 친분을 맺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최우선 당면 과제인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회복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스가 정부가 미국을 대신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스가 정부 측이 요청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스가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앞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저지하고자 더욱 강하게 나갈 것이 분명하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처럼 평화헌법 개정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한다. 더욱이 일본 안보를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에 스가 정부가 적극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스가 정부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친북' 노선에도 상당한 반감을 보여왔다.

한국 및 중국과 관계에서 이견

미·일 동맹 강화에서 또 다른 문제는 일본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단절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본의 수출과 관광 등에서 핵심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15조829억 엔(약 160조6000억 원), 수입은 5.3% 감소한 17조4762억 엔(약 186조883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 통계를 볼 때 중국은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특히 일본은 7월 개최할 도쿄올림픽에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방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주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는 일본이 최우선 순위 동맹국으로서 대중 압박에 긴밀하게 보조를 맞춰주기를 바랄 수 있다"며 "이 경우 무역 등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대한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는 일본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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