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물류 혁신은 420원짜리인가

전혜원 기자 2021. 2. 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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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추위 속에서 420원짜리 핫팩을 들고 일했다. 8개월간 3명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돌연사했다.
ⓒ시사IN 조남진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1월27일 오후조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 화장실에서 51세 여성 최영애씨(가명)가 쓰러진 뒤 숨졌다. 스물다섯 살 아들과 스물두 살 딸을 홀로 키워왔다. 사회복지사인 최씨는 지난해 12월 다니던 요양병원을 그만뒀다. 아르바이트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쿠팡 동탄물류센터로 출근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오후조’로 일하고 일당 10만4640원을 벌었다. 일주일쯤 전 근무를 신청하면 전날 근무가 확정되는 ‘일용직’이었다.

여섯 번째 출근한 1월10일, 최씨는 언니 영미씨(가명·57)와 수원역에서 만나 오후 4시20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30~40분 거리의 물류센터로 왔다. 서로 다른 층에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일했다.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시기다. 1월10~11일 동탄물류센터가 있는 화성시의 기온은 최고 영하 3~4℃에서 최저 영하 14~18℃까지 내려갔다.

ⓒ시사IN 조남진최영애씨가 함께 일하러 갔던 언니.

물류센터에는 난방이 가동되지 않았다. 언니 영미씨는 평소 안 입던 내복도 바지 속에 껴입고 모자도 사서 쓰고 갔는데도 “많이 추웠다”라고 말했다. “(관리자들이) 오후 10시경에 느지막이 핫팩(손난로)을 하나 줬다. 다들 추우니까 핫팩을 손에 들고 일했다.” 개인 핫팩은 반입할 수 없고 물병도 투명한 것만 소지할 수 있었다. 영미씨는 그날 주머니에 물병을 챙겨 갔지만,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배송 물품을 처리하느라 물을 마시지 못했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밥 먹는 1시간을 제외하면 휴게시간이 없다.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밥을 먹었다.

1월11일 오전 4시경 먼저 근무를 마친 동생 영애씨가 지하 1층 휴게실에서 언니를 기다렸다. 가장 추운 시간대였지만, 이곳 역시 난방이 되지 않았다. 오전 5시쯤 잔업을 마친 영미씨와 동생 영애씨가 만났다. 퇴근버스를 타기 전 야외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에 함께 들어갔다. 동생이 나오지 않았다. 119에 신고하고 물류센터 직원을 불러 화장실 문을 열었다. 쓰러진 동생에게 119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추운 날씨는 심장병, 특히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추위를 느끼는 피부의 수용기관이 자극되면,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관을 수축시키고 맥박을 증가시키며 혈압을 올리는데, 이런 변화들이 심근경색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를 보면 온도가 10℃ 내려가면 급성심근경색 위험도가 평균 9% 증가했다. 절대온도보다는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우리 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겨울철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기상청은 한파특보를 내린다. 단순히 수도관 동파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 가정이나 기관에서 적절히 난방을 해 신체를 보호하라는 신호다. 최씨가 일한 1월10일에서 1월11일 경기 화성시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돼 있었다(1월11일 오전 10시 해제). 쿠팡은 〈시사IN〉에 “고인은 외부가 아닌 실내에서 진열된 상품을 포장대로 옮기는 ‘집품’ 업무를 담당했다. 실내 공간은 외부와 달리 통상 상온의 온도가 유지된다”라고 주장했다. 상온은 15~25℃를 말한다.

쿠팡 측과 다른 근무자들의 증언

그러나 복수의 근무자들은 실내 공간이어도 작업장이 춥고, 특히 한파 기간에는 ‘매우 추웠다’고 증언했다. 물류센터 3층에서 오후조로 피킹(집품) 일을 하는 일용직 이 아무개씨(28)는 “공기 자체가 찬 편이고, 물류센터다 보니 (바깥과) 연결되어 있어서 바람이 안쪽으로 들어온다. 추워서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곳 물류센터 지하 1층, 1층, 1.5층, 2층, 3층, 4층에서 모두 근무해봤다는 일용직 직원(26)은 “(건물 내부에) 난방이 되지 않아서 춥다. 옷이나 모자, 장갑도 따로 주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1.5층에서 포장 업무를 하는 계약직 직원(31)은 “그(최씨의 죽음) 이후에 지하 1층 휴게실에 난로 몇 개를 들여놓았더라. 이미 한파가 지난 다음이었다. 휴게실은 식사 시간에 잠깐 이용하는 거고 일할 때는 여전히 핫팩에 의지해야 한다. 그나마 한 개씩 받던 핫팩을 요즘은 두 개씩 받는다”라고 말했다.

1층의 ‘허브’라 불리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은 사실상 야외나 다름없다. 상품이 포장되어 내려오면, 이를 지역별로 분류해 ‘캠프(각 지역의 소규모 물류센터)’로 보내는 단계다. 상품을 화물차에 싣는 ‘상하차’ 작업도 여기서 이뤄진다. 이곳 허브에서 주간조 계약직으로 상하차 일을 하는 김 아무개씨(20)는 1월24일 퇴근길에 만난 기자에게 이날 받은 핫팩 두 개를 보여주었다. 쿠팡에서 개당 420원에 파는 제품이다. “밖에서 일하니까 바람을 다 맞는다. 각자 입고 온 패딩과 핫팩으로 버티는데, 핫팩 한 개나 두 개나 큰 차이가 없다. 추울 때는 손가락이 터질 것 같다.”

쿠팡은 “화물 차량의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식당, 휴게실, 화장실 등 작업과 관계없는 공간에는 난방시설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상품의 안전한 보관” “소방 안전상의 이유”를 들기도 했다. 쿠팡 동탄물류센터의 모든 층에서 일해본 앞서의 일용직 직원은 쿠팡 측의 주장에 대해 “내부에도 화물차가 올라가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일부다. 난방을 하려면 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실외라 하더라도 더운 바람을 공급하는 산업용 기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쿠팡이 지하 1층 휴게실에 난로를 들여놓은 것은 최씨의 죽음 이후다.

ⓒ시사IN 조남진최영애씨가 함께 일하러 갔던 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는 “사업주는 작업자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보건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규정해놓았다. 이 가운데는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청결 등의 적정 기준을 유지하지 않아 발생하는 건강 장해’가 포함된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쿠팡이 물류센터에 난방을 가동하지 않은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위반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꼭 장작에 불을 지피지 않더라도, 스팀이나 온풍기 등 보온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쿠팡은 물류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난방 혁신은 왜 이야기하지 않나?”

최씨의 죽음 이후 비판이 이어지자 쿠팡은 “자동포장 시스템과 자동분류기를 도입하고 컨베이어벨트를 증설하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업 동선 최적화로 업무 강도를 낮췄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술 투자를 포함한 설비투자 비용은 5000억원이 넘는다”라고 반박했다. 이 5000억원에 냉난방 설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추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정은 미비하다. 고용노동부가 겨울철마다 옥외 작업장 등 추위에 취약한 작업장에 대해 ‘(저체온증, 동상 등) 한랭질환 예방 가이드’를 홍보하고, 사업주가 이행하도록 지도할 뿐이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 가이드에는 ‘따뜻한 장소를 작업 장소와 가까운 곳에 마련’ ‘한파특보(주의보, 경보) 발령 시 적절하게 휴식시간을 조정’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한랭질환 예방 자율점검표’에도 ‘한파특보 시 적정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는가?’ 등의 점검 항목이 있다. 쿠팡은 이 가이드나 자율점검표에 따라 자체 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느냐는 〈시사IN〉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1월11일 야간근무를 마친 최영애씨가 야외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숨졌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그다음 날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쿠팡의 주장대로 ‘난방설비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일을 시킨다면, 한파 같은 재난 상황에도 로켓배송이 문제없이 유지되어야 할까? 택배가 다소 지체되더라도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영하 몇 ℃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내부의 기준이나 규정,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이 안 되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권동희 노무사는 “‘한랭 환경에 노출되는 업무’는 뇌혈관·심장 질환이 업무상 질병인지 판단할 때 고려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사업주는 일정 정도 이상의 추운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나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전혜원쿠팡은 최씨의 죽음 이후 핫팩을 2개씩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쿠팡 인천물류센터에서 일하던 40대 계약직 남성 ㄱ씨가 오후 6시부터 근무하던 중 다음 날 오전 2시40분쯤 물류센터 4층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숨졌다. 사인은 동맥경화로 추정되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오후 7시에서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남성 장덕준씨(27)가 퇴근 뒤인 오전 6시경 자택 욕조에서 웅크려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그리고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1월10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일한 최씨가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숨진 것이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8개월간 3명이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노동을 하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돌연사했다.

이 같은 죽음은 업무 환경과 관계가 없을까. 권동희 노무사는 “야간노동, 중량물 취급, 시간에 쫓기는 업무 등은 모두 과로사의 원인이나 위험인자다. 한랭 작업 역시 산재법에서 보는 위험인자다”라고 말했다. 조성식 동아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도 “심야노동과 관련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우리 몸은 밤에는 쉬게끔 적응되어 있다. 밤 11시부터 오전 5시 같은 시간대가 가장 안 좋다. 병원처럼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야간노동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특히 업무강도가 센데 정작 해당 노동자에겐 업무 과정을 통제할 권한이 없는 상태가 일반적으로 제일 잘 알려진 스트레스 모형이다.”

업무환경 개선 질문에는 답변 없어

지난해 12월 기준 2만8451명에 이르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쿠팡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소속이지만, 신분상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극소수 정규직과 3개월-9개월-1년의 계약기간을 거쳐 정규직화되는 계약직, ‘단기’라 불리는 다수의 일용직으로 굴러가는 구조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진 쿠팡 부천물류센터의 전수검사 대상 중 정규직은 98명, 계약직은 984명, 일용직은 2886명이었다. 노동조합도 없다.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오후조로 집품 일을 하는 계약직 사원은 “계약직이다 보니 웬만하면 참고 일한다. 4시간, 5시간씩 하루 종일 서 있다시피 하니 힘들다. 앉아 있으면 (관리자가) 뭐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외국에서 야간노동 관련 가이드를 만들 때는 밤에 일할 경우 주간보다 노동강도를 낮춰주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안전보건공단의 교대근무 설계 지침에도 야간노동은 노동강도를 줄이거나 중간에 잠깐 자는 시간을 주라고 되어 있다. 그만큼 생물학적으로 저하된 상황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지난해 10월12일 숨진 아들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해달라고 지난해 11월6일 신청했다. 스물일곱 살이던 그의 아들은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년4개월간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주 5일 일했다. 마지막 근무일에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다. 그는 퇴근한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박씨는 “물류센터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아들이 동료들과 나눈 카카오톡을 보면, 물류센터는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그러면서도 (식사시간 외에) 쉬는 시간이 없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근무 중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 사물함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휴게시간에 잠깐 볼 수 있을 뿐이다. 숨지기 전날 밤 11시37분, 최씨는 언니에게 “오늘은 열한 시에 밥 먹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최씨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그날 도시락에 담긴 밥과 반찬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최씨의 언니 영미씨는 “아무리 ‘알바’ 가서 이런 일이 생겼어도 어쨌든 쿠팡에서 일을 하지 않았나. 책임지려고 노력을 해야 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 쿠팡이 계속 번성하는 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쿠팡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도 “당사는 법에서 정한 휴게시간을 포함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고 대규모 추가 고용, 기술 및 자동화설비 투자, 전국 물류센터 내 물류 업무 종사자 100% 직고용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근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사IN〉은 심야노동을 줄이거나 냉난방 시설을 포함한 업무환경을 개선할 계획은 없는지, 업무 중 휴게시간을 추가로 부여할 계획이 없는지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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