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허덕이는 서울교통공사, 자본금 늘렸지만 '밑빠진 독'
그러나 자본금 확충이 이뤄진다고 해도 서울교통공사의 악화된 재정 상황은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순손실이 1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황을 구조적으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요금인상과 무임수송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권자본금, 3조5000억 증액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의 일부 개정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수권자본금 규모가 21조5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심각했던 부분과 함께 기본적으로 노후시설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해서 수권자본금을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수권자본금이 늘어난 만큼 서울시가 법적으로 서울교통공사에 자본금으로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이 3조5000억원 늘어났다. 조례개정 전까지 서울시는 수권자본금 수준의 자금(21조원)을 출자한 바 있다.
문제는 자본금 출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매년 이어지는 적자에 지난해에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자본금이 매년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교통공사는 만성적인 적자 운영 구조로 매년 5000억원대 손실을 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자본잠식률이 58.6%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조1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따른 자본잠식률은 약 63%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올 연말 약 1조5991억원의 자금 부족 상황까지 예상한다.
서울시에서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대책을 찾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재정상황이 열악한 상황이라 현재 TF를 만들어서 지원방안 및 공사 자구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승객 함명당 2020원 비용 소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공동으로 대책을 구상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과 함께 무임승차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20원의 돈을 썼다. 그렇지만 요금은 1250원 수준에 그친다. 한 명을 태울 때마다 800원 정도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더해 무임수송으로 인한 손실이 지난해에만 2767억에 달한다. 운영이 곧 손해인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이 된다고 해도 현재 요금 수준으로는 구조적으로 적자가 계속된다"며 "자구노력은 하겠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요금인상과 무임수송에 대한 국비 보전 등 구조적으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철을 멈출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자금 압박이 계속되면 투자를 아껴야 한다. 투자 축소 및 지연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금 인상이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4월 보궐선거에서 새 서울시장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상을 추진할 경우 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을 우려해 차기 시장도 정치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요금 인상은 실질적으로 시민 생활과 직결되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준비는 하고 있지만 4월 보궐선거 이후 재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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