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해상풍력 바람에 웃는 LS전선.. 해저케이블 추가 수주 기대
각국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다 위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려면 초고압 해저케이블이 필요한데, LS전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송전급 해저케이블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주 잔고는 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LS전선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에도 세계 각지에서 해저케이블 수주를 따내며 수주잔고를 늘려왔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기조에 힘입어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LS전선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네덜란드, 미국, 바레인 등에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 말에는 전남 완도와 제주도간 90㎞를 연결하는 2300억원 규모의 한국전력(015760)제주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김지산 키움증권(039490)리서치센터장은 "LS전선은 지난해 해저케이블 수주에 힘입어 총 수주잔고가 2019년 말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라며 "올해 해상풍력 시장 확대와 함께 북미, 유럽, 대만 등에서 해저케이블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LS전선에 호재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 베트남 등이 해상풍력발전 보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해상풍력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2030년이면 뒤 234GW(기가와트)로 지금의 8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주요 해상풍력 개발업체와 전선기업의 대다수는 유럽에 몰려있는데, 유럽 개발업체가 아시아 지역에서 해상풍력단지를 지을 때 아시아 전선업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이 LS전선에 기회다. 유럽에서 해저케이블을 공급받으면 운반비 등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유럽 해상풍력 개발업체 오스테드, 얀데눌 등은 비용 절감을 목표로 현지 전선업체와 손잡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덴마크 오스테드(Orsted)는 지난해 11월 LS전선과 해저케이블 장기공급계약(5년)을 체결했다. 오스테드 측은 "해상풍력 시장은 아시아 태평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 시장을 주도하려면 경쟁력을 갖춘 케이블 공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LS전선의 추가 수주가 예상되는 시장은 대만과 베트남, 한국 등이다. 앞서 LS전선은 유럽과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대만 정부가 2025년까지 진행하는 1차 해상풍력 사업 중 지금까지 발주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을 모두 따냈다. 올해로 예정된 남은 1차와 2차 해저케이블 사업권도 LS전선이 단독 수주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LS전선아시아(229640)의 자회사 LS비나가 현지 전력케이블 시장 점유율 약 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토대로 해상풍력 시장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약 10GW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14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기로 했다. 올해 베트남에서 해상풍력 사업 입찰이 본격화되면서 업계는 LS비나의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준공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이 공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측면도 있어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설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해상풍력단지에 들어가는 해저케이블이 고난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LS전선에 호재다. 해저케이블은 물속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수십~수백㎞씩 이음새 없이 만들어야 하고, 이를 특수 생산하고 보관하는 설비 등이 필요하다. 실제 송전급(HVDC) 해저케이블을 제조해 시공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5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 결과 7조원 규모의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넥상스(프랑스), 프리즈미안(이탈리아), 스미토모(일본), LS전선(한국) 4개 기업이 독점하는 양상이다.
다만 해저케이블은 한 번 설치하면 3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간 수주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LS전선은 강한 수압과 파도, 태풍과 같은 극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해저케이블과 10년간의 시공 노하우, 신속한 A/S 대응 능력으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S전선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에 들어가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의 경우 수심 500m, 170만번이 넘는 비틀림 상황에서도 전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 구조를 개선했다"며 "대만에서의 해저케이블 설치 경험을 토대로 해상풍력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호주, 베트남, 일본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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