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드라마' 판권 '닥치고 산다'..넷플릭스 위협하는 中 OTT
(2) 중국 OTT 3인방
글로벌 OTT시장 3위부터 5위까지 中업체
'텐센트 비디오·아이치이·요쿠' 3파전
오리지널 콘텐츠 외 저마다 무기로 시장 공략
中업체 세계 진출 가시화..문화 강국 노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구독 경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OTT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 협회인 FIPP 등에 따르면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아이치이(iQiyi)·요쿠(Youku) 등 중국 주요 3개 OTT 업체는 내수 시장으로만 총 가입자 3억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OTT 구독 경제 시장 10억명 중 30%가 중국 시장인 셈이다. 상위 5위권 기업 중 3위부터 5위까지가 이들 중국 업체다.
이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의 모기업을 앞세워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몽'을 실현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의 소프트파워 전략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양각색 '무기' 장착한 中 OTT
세계 OTT 구독 경제 시장에서 3위는 텐센트 비디오, 4위 아이치이, 5위 요쿠가 차지하고 있다. 가입자 수만 각각 1억명이 넘는다. 이들 업체들은 저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공통점을 가진 반면, 각기 다른 '무기'를 가지고 중국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텐센트 비디오는 2017년까지만 해도 아이치이와 요쿠에 밀리다 2018년부터 1위에 올랐다. 텐센트 비디오의 성공 요인은 게임 시장 공략이 꼽힌다.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약 44조원)로 전세계에서 압도적 1위다. 게이머 인구만 6억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중국의 3대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중 2곳인 후야(Huya)와 도우위(Douyu)를 인수합병하면서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의 보도처럼 "게임 스트리밍의 슈퍼 플랫폼으로 파워업"했다. 여기에 텐센트 비디오는 댓글 기능을 가지고 있어 제작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 간 소통을 통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 한국팀 채용 공고를 낸 아이치이는 '중국의 구글'로 통하는 바이두가 2012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의 성장 배경에는 커머스가 있다. 아이치니는 커머스 사이트인 아이치이몰을 활용해 콘텐츠에 나오는 간접 광고(PPL) 상품을 큐레이션 및 추천해주거나, 자체 제작한 굿즈를 판매해 부가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 창업자인 궁위(龔宇)는 "아이치이의 비즈니스모델은 넷플릭스 보다 디즈니에 가깝다"며 콘텐츠와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생태계 구축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한류 시장 공략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치이에서는 한국의 '태양의 후예'를 단독 방영하며 최소 350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아이치이몰에서는 한국에서도 구할 수 없는 관련 굿즈를 판권 매입 후 제작해 팔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태양의 후예'가 크게 성공하자 이에 고무된 아이치이는 한국 드라마 판권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지리산' 해외 판권은 지난해 일찌감치 아이치이가 확보했다. 이 드라마는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태양의 후예'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전지현, 주지훈 등이 출연하면서 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아이치이는 자사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작품인 '간 떨어지는 동거'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치이가 한국 드라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자국 시장 보다는 동남아와 중동 등 한류 붐이 확산돼있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요쿠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결합 형식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업계에서는 '중국판 유튜브'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뿐 아니라 유튜브와 같이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User-Generated Content)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편에 '억' 단위 클릭
중국 14억 인구 내수 시장 규모는 드라마 뷰 집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빅데이터 분석 기업 윈허데이터가 지난 한해 동안 중국 OTT에서 방영된 중국 드라마의 누적 뷰를 분석한 결과, 10개 드라마가 각각 30억 뷰를 넘었다. 이들 10개 드라마 뷰 합만 414억 뷰에 달한다. 그중 가장 많은 뷰를 기록한 '경여년'은 53억뷰를 기록했다. 무협 판타지 웹소설이 원작인 칭위녠(경여년)은 2019년 11월 말부터 방영을 시작해 46부작이 나왔다. 한편당 평균 1억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셈이다.
이들 상당수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텐센트와 아이치이는 글로벌 진출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텐센트는 미국 HBO, 워너 브라더스, 팍스에 이어 지난해 말 유럽 3개 스튜디오와 협약을 맺었다. 아이치이는 이미 한국어를 포함해 11개국 언어를 공식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 대표 콘텐츠 산업 컨퍼런스인 APOS에서 아이치이는 세계 시장 진출을 재확인하며 그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 팀을 꾸리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OTT가 무서운 점은 팬덤이 무엇인지 매우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한국 및 세계 시장에서 중국 콘텐츠가 성공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막강한 내수시장과 자본력을 가지고 OTT시장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안방서 C드라마? '중국몽'의 일환
…OTT도 미중 패권 경쟁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은 중국 공산당의 소프트파워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중국은 고도의 성장을 통해 G2 반열에 올랐지만 문화 매력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세계 각국의 소프트파워 수준을 평가하는 '소프트파워 30' 지수에서 중국은 30개 주요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2013년부터 중국 공산당은 중국몽의 핵심 전략으로 소프트파워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중국 플랫폼의 글로벌 부상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플랫폼이 위협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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