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한국이 북한에 복속"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섬뜩한 전작권 전환 경고
안녕하세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버웰 벨 전 사령관이 최근 미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이 강행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밝혀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북한에 ‘복속’된다니 섬뜩한 얘기 아닙니까? 오늘은 벨 전 사령관이 어떻게 이렇게 섬뜩한 얘기를 하게 됐는지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먼저 벨 전 사령관이 지난 10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보낸 성명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한국이나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전작권 전환이 강행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북한에 복속’된다는 대목의 원문 풀 텍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작권 전환 강행으로 한미동맹 균열시 한국은 북 정권하 복속 위험 커져”
“미국이 한국의 성급한 결정에 따른 전시작전권 전환 강행 때문에 미군 파병에 제한을 두면 오랜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한국은 북한 정권 아래 복속될 위험이 커질 것이다. 중국의 전적인 대북 군사적 지원이 보장된 가운데 미국이 동맹 파트너 역할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는다면, 북한군은 궁극적으로 전투에서 한국군을 격퇴할 가능성이 크다”
(”If the United States places restrictions on the employment of its troops in wartime due to a premature decision by the Republic of Korea to force OPCON transfer, this would likely fracture the longtime Alliance and put the Korean people at great risk of falling under the north Korean regime. With the full military support of China assured, it is very likely the north Korean military would ultimately defeat Republic of Korean forces in battle, unless the United States is a fully committed Alliance partner.”)
그는 특히 “한국은 전투 상황에서 미국 외에는 전투 병력을 동원한 방어를 지원할 중요한 동맹이 없다”며 “미국이 없다면 한국은 북한에 홀로 맞서게 될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과 심지어 러시아의 전적인 지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한국이나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미국이 ‘한국을 위한 핵우산’을 제공하는 한 전투 병력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보유 환경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한국민의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에서 강력한 반대론자로
벨 전 사령관은 2019년10월에도 주미 특파원 출신 언론인 모임인 한미클럽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전쟁은 재래식(무기)과 핵이 동시에 동원될 상황”이라며 “기존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개념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다(no longer feasible)”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만을 고려한 기존의 전작권 전환 논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미 양국 중 미국만이 북한의 핵위협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 체계를 갖고 있다”며 “오직 미국 군사 지휘부만이 전시 작전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와 시행을 위해 이러한 핵 역량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냈는데, 당시엔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었습니다. 그런 그가 가장 강력한 전작권 전환 반대론자로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벨 전 사령관 외에도 역대 주한미군사령관들 사이에 전작권 전환 반대기류가 전보다 강해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현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도 가급적 빨리 전작권 전환을 실현하려는 문재인 정부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이 현직은 아니지만 그의 언급으로 현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전작권 조기 전환을 둘러싼 논란과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앞서 한·미 양국 정부는 이른바 ‘3대 조건’이 충족될 경우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2014년 합의했습니다.
◇미, 유사시 한국군 사령관에게 핵사용 정보, 권한 줄까?
3대 조건이란 ①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②국지 도발과 전면전 시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 ③안정적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①번과 ②번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 조기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정찰위성 등 감시·정찰 수단과 정밀 타격 능력 등의 조기 확보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③번 조건에 주목합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한 ③번 조건이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겨준 뒤 유사시 핵사용(핵우산) 등에 대한 정보와 권한까지 한국군 사령관에게 제대로 주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해 왔습니다. 벨 전 사령관의 발언은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전작권을 언젠가는 한국군이 가져와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 강화라는 악재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기만 하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벨 전 사령관의 발언을 한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의 사견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심각하게 보고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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