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코로나 1년 ③] '방역 최일선' 숨은 지킴이 女3인방

엄기찬 기자,남궁형진 기자,김용빈 기자 2021. 2. 16. 08: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정애 보건복지국장, 김혜련 보건소장, 하미경 역학조사관
"모두들 지금까지 너무나 잘해 왔으니 조금만 더 힘냅시다"

[편집자주]20일이면 충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된다. 코로나19에 뒤덮인 지난 1년 충북도민은 어두운 긴 터널을 헤쳐 나왔다. 하지만 두려움과 불편함, 경제적 고통 등을 수반한 코로나19는 도민들의 삶의 질 저하와 생활양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뉴스1은 충북 코로나19 발생 1년을 되돌아보며 실태와 문제점, 나가야 할 길을 8회에 걸쳐 진단한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남궁형진 기자,김용빈 기자 = 코로나19가 충북을 집어삼킨 지난 1년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불편과 피해를 감수한 164만 도민의 인내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사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우리의 생활은 이전과는 너무도 많이 변했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송두리째 바뀐 일상을 매일 마주하며 코로나19와 1년째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과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은 도민의 인내와 희생을 더 값지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어떤 혹독한 환경에도 꿋꿋이 맞서며 도민의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 자신들의 생활을 반납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전정애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전정애 충북도 보건복지국장 © News1 김용빈 기자

충북의 코로나19 작전실(?)을 지휘하는 이는 전정애 보건복지국장이다. '충북의 정은경'(질병관리청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내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지난해 1월20일 국내에서 첫 감염자가 나오고 한 달 뒤에는 충북에서도 감염 사례가 처음 발생하면서 전 국장의 하루는 긴장과 부담의 연속이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것들과 마주해야 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부족, 의료인력수급, 음압시설·장비부족, 병실확보, 기존 의료시스템과의 연계 등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지난해 2월20일 충북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정말 숨 가쁘게 1년을 보낸 것 같다. 2015년 메르스 때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더 큰 긴장감으로 1년을 지켜왔다."

코로나19와 함께했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하루하루가 전시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전국과 마찬가지로 충북 역시 코로나19 1~3차 유행을 비껴가지 못하며 매일 전쟁을 치렀다.

특히 1~2차 유행 때까지는 나름 성공적인 방역으로 다른 시도보다 확진자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3차 유행 때는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그 양상이 확연히 달랐다.

지난해 11~12월 확진자만 1390명으로 충북 전체 확진자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이 가장 치열했다. 전 국장도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생활 공간 곳곳으로 파고든 코로나19 때문에 방역망 내 관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꼈다."

1년을 주말과 밤낮 없이 책임감과 사투를 벌인 탓에 몸에 무리도 왔다. 지난달 20일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어 닷새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지금 이 순간도 충북의 코로나19 작전실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여직원들이 양육으로 힘들어하고 피곤함에 지쳐 있는 모습을 보면 같은 엄마로서 먹먹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 국장은 이 정도까지 코로나19 방역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직원들의 수고로움과 고생, 방역조치 피해의 고통을 감내한 164만 도민 덕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혜련 상당보건소장

김혜련 청주상당보건소장 © News1 남궁형진 기자

전 국장처럼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간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한 이는 또 있다. 바로 청주시 방역의 중추인 상당보건소 김혜련 소장이다.

밤낮 없이 발생하는 확진자에 출·퇴근이 무의미한 일상이었다. 잠시 집에 들러 눈을 잠깐 붙이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생활이 1년 넘게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2월 청주에서도 30대 택시기사의 감염으로 첫 확진자가 나오고 연쇄감염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의 매서움(?)을 제대로 느꼈다.

"확진자 진술을 토대로 즉시 동선을 찾아 소독하고 접촉자 격리와 진단검사를 해야 하지만 택시기사라는 업무 특성상 접촉자가 많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은 여전히 김 소장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도 그랬지만, 지금도 비협조적인 이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동선과 접촉자 확인에 협조하지 않는 확진자도 많고, 고령의 확진자가 기억의 한계를 보이거나 동선을 고의로 숨기는 확진자도 여전하다."

동선과 접촉자 파악도 힘든 부분이지만, 확인된 동선을 어느 정도 선까지 공개할지 결정하는 것 또한 큰 숙제 중의 하나다.

청주시의 두루뭉술한 동선 공개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비판이 쏟아져도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감염병 발생 초기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근거 없는 소문과 비난이 돌고, 방문 업소 등의 운영 타격 등이 발생했다. 그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책이다."

동선 공개를 비롯해 방역에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비판은 빗발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버티게 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명감과 서로를 향한 응원이다.

김 소장은 "코로나19 초반에는 정해진 지침이냐 매뉴얼이 없어 모든 게 어려웠다"며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폭염과 한파 속 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 넘게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직원의 고통과 피로가 누적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명감과 서로를 응원하며 힘내고 있다"고 자신과 직원들을 다독였다.

◇하미경 충북도 역학조사관

하미경 충북도청 역학조사관 © News1 김용빈 기자

코로나19 방역의 성패는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고 추가 감염을 막는 데 있다. 그 핵심이 역학조사다. 충북도 하미경 주무관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역학조사관이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사람인지 장소인지 등을 신속하게 찾아내 지역 전파를 차단하는 게 그의 주된 역할이자 업무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확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증상 발현 시기, 선행 확진자 접촉 여부, 위험 지역 방문 이력을 비롯해 여러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이 확진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 주무관도 이미 여러 차례 검사받은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함께 역학조사를 나갔던 충주의 한 보건소 과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바람에 또 한 번 검사받았다. 다행히 음성이었다.

"업무 자체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역학조사를 나갈 때는 방역수칙을 정말 꼼꼼히 확인하고 스스로 감염 예방에 신경 쓰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업무 특성뿐 아니라 하 주무관 역시 다른 방역 책임자와 마찬가지로 언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니 365일 24시간 긴장해야 하는 부담이 가장 힘들다.

또 충북도가 도내 11개 시군 방역의 최종 컨트롤타워다 보니 시설이나 병원과 같은 곳의 집단감염 발생 때 지원까지 해야 하는 터라 업무 강도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1~12월에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사업체 등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업무가 폭주하면서 한계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집단감염은 대부분 충북도에서 역학조사를 주도한다. 하루에 2건 이상 발생하면 여러 곳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 버겁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진다는 하 주무관은 도민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온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드신 것을 알고 있다. 저와 가족, 도민, 국민 모두 지금까지 너무나 잘해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sedam_081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