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민 압박해 공사 업체 바꿨다"..남원시 공무원 비위 의혹, '현금 입금'도 강요
공무원 "일 빨리 마무리 위해 다른 업체에 일 부탁"
[더팩트 | 남원=이경민·최영 기자] 전북 남원시의 한 간부급 공무원이 국가 보조금 사업에 특정 업자를 앞세워 업체를 바꿔치기한 의혹이 불거져 지역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무원은 공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사업주 동의 없이 설계를 변경하고 보조금을 반납시킨 의혹도 사고 있으며 자신이 데려온 업체 명의 통장으로 현금 입금을 강요한 정황도 드러나 유착설도 불거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북 남원의 국가보조금 사업 비위 행정에 대한 진정에 따라 오는 26일 남원시를 방문, 행정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지역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 피해자인 A 씨는 15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남원에는 나 같이 속앓이만 하는 행정 피해자들이 여럿 있다. 최근 불거진 남원 귀농 사건의 경우도 다방면으로 항의해도 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들과 함께 집단으로 행동하기 위해 ‘남원시 행정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으며 국민권익위회에도 호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영농조합 대표인 A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3년 농식품기업 지원 육성사업’에 선정돼 남원시 산내면에 영농조합 공장 신축 공사를 추진했다. 총 사업비는 6억 9950만 원이며 이 가운데 국비가 4억1970만 원, 시비 6995만 원이 지원되는 보조금 사업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A 씨 공장 신축 공사는 공무원 B 씨가 담당자로 부임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2014년 10월 14일 오후. 공무원 B 씨는 설계업체와 함께 A 씨 신축 공장 공사 현장으로 찾아와서는, A 씨가 일을 맡긴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자신이 데려온 업체에 일을 넘기도록 압박한 의혹이 드러났다.
<더팩트>가 입수한 공무원 B 씨와 그가 데려온 C 업체, 그리고 A 씨 등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에는 이 같은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 공무원 B 씨는 "아니 왜 전주에다 (일을) 맡겼어? 어? 왜 설계를 전주에다 맡겨? 남원에다 맡기지. 거기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것 같아"라며 "이거 뭐야. 지금 행정에서 진짜 업체 도와주기 위해서 사업해 주는데 업체에서 이렇게 협조 안 해줘 버리면 행정 사업하겠어?"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주에 설계 맡긴) 그 내역을 받아야 우리 업체에서도 작업하기가 쉽지"라며 자신이 데려온 C 업체에 설계 공사를 변경하라고 강요했다. 당시 A 씨는 공무원 B 씨가 신축 공장 공사 현장의 준공 담당자였기 때문에, B 씨의 이 같은 요구에도 아무런 말도 못 했다고 했다.
A 씨가 망설이자 공무원 B 씨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나는 지금 딱 심정은 이대로 정산처리 해 버리고 싶어. 떨 것은 떨어버리고 딱해 가지고 준공처리 딱해 주고 싶어. 진짜 돈(보조금)이 뭐 얼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라고 협박했다.
결국 A 씨는 공무원 B 씨의 압박에 못 이겨 전주의 업체와 계약을 취소하고 B씨가 데려온 남원의 C 업체에 일을 맡겼다. 공무원 B 씨는 A 씨가 C 업체에 일을 넘기자 먼저 노골적으로 돈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B 씨는 "A 씨. 지금 (C 업체에)설계비가 지불이 안 되어 가지고 애로점이 좀 많은 것 같아. 그렇죠?"라며 "협조를 해 줘야지. 하여튼 당신(A 씨)은 진짜 같은 지역사회에서 서로 얼굴을 안 붉히고 그렇게 해야 돼"라고 재차 압박했다. 그러자 공무원 B 씨와 함께 찾아온 C 업체 대표는 A씨에게 "실질적인 얘기로 들어가면, 어차피 사장님은 저희 설계비는 얼마 주냐"고 말했다.
이들이 돈 얘기를 꺼낸 이유는 A 씨가 전주의 모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했고, 보조금도 전주의 업체에 입금됐기 때문에 집행된 공사 대금을 공무원 B 씨가 데려온 C 업체에 불법으로 입금시키도록 종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외에도 공무원 B 씨가 데려온 C 업체는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공무원 B 씨가 C 업체에 당장 입금시키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공무원 B 씨는 A 씨에게 "그러니까 A 씨, 지금 방금 우리 업체(C 업체) 사장 말대로 하실 수 있냐. 설계비인가 뭐인가"라며 "오늘 중으로 입금 시켜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데려온 C 업체에 "계좌번호 좀 주세요. 좀 줘요. 바로"라고 요구했다. 결국 A 씨는 공무원 B 씨가 데려온 C 업체 통장으로 현금 150만 원을 입금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B 씨는 "내가 사업을 우리도 사업 많이 해 봤는데, A 씨 같이 이렇게 힘든 것은 처음이야"라며 "A 씨가 협조해 줘야지. 누가 협조해 주겠어? 공무원들 신상 안 다치게 하려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우리 직원들이 받든 내가 받든 징계 받아야 돼"라고 말했다.
정부가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식품산업육성을 위해 추진한 국가 보조금 사업은 공무원 B 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고, A 씨는 수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공무원 B 씨와 일을 넘겨받은 C 업체가 A 씨의 당초 사업 계획과 다르게 공사를 했고, A씨는 지급이 확정된 보조금까지 반납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예정에도 없던 추가 비용을 요구해서 유착도 의심되지만, 입금시켜주고 일을 맡겼다"며 "하지만 우리 직원들과 내가 사용할 공장을 B 공무원과 C 업체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자기들 입맛대로 설계를 변경하고 마무리 지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확정된 보조금까지 자기들 맘대로 손질하더니 결국에는 6900만 원을 반납시켰다"면서 "공장 설계변경된 것 때문에 사용이 불편한 것도 억울한데 지급이 확정된 보조금까지 손대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원시 공무원 B 씨는 "내가 건축직 공무원이 아니다 보니 (공사에 대해) 잘 몰랐고, A 씨의 신축 공장 공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사도 엉망으로 해놔서 일을 빨리 마무리해 주기 위해 다른 업체( C업체)에 일을 부탁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B 씨는 또 "A 씨는 굉장히 시끄러운 사람이다. 우리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너무 힘들게 했다"면서 "해당 업체는 이후에 단 한차례도 사적으로 만난 적 없으며 잘 알지 못하는 업체다. 당시 점심도 내가 샀다. 유착설은 터무니없는 애기다"고 말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면 그 즉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더팩트> 취재진 질문에 A 씨는 "당시 여러 방면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며 "공무원 B 씨의 상급자에게 호소문을 작성해 보내기도 했고, 팩스로 남원시에 정식으로 민원 접수도 했지만 오히려 나만 ‘악성 민원인’으로 몰아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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