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빌린 돈은 결국 갚아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 현금 나눠주기 공약 경쟁
4차 재난지원금 10조원 이상 투입 예고
재정은 '정치인 쌈짓돈' 시각은 그대로
성장 파이 키워야 재정도 지속 가능해
세상에 공짜 점심 없다는 말 명심해야 김정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예비 후보들의 공약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여야 불문 현금을 지원하는 선심성 복지 공약을 앞다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민생 경제 부진,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적 난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라지만 현금 나눠주기 과열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여야 예비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실현하려면 서울시의 대규모 재정 투입은 필수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공약에는 구체적인 재원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공약에 필요한 재원 확보 등 실현 가능성보다는 유권자의 눈길을 끄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추진 중인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도 역시 초록이 동색이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냐 보편적 지원이냐를 놓고 설 연휴 직전까지 재정 당국과 갑론을박을 벌이더니 일단 선별 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지원 대상과 규모를 놓고 편성할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두고 지난해 3차 재난지원금 9조 3,000억 원보다 확대할 방침이라고 못을 박은 만큼 언제 얼마를 누구한테 줄 것인지를 놓고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됐다.
정치권에서 민생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재난에 취약한 서민층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 투입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대규모 재정 투입이나 최근 1~3차 재난지원금이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는 소모적 논쟁을 떠나 재정을 어떻게 하면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1~3차 재난지원금에 투입된 재정은 1차 14조 3,000억 원, 2차 7조 8,000억 원, 3차 9조 3,000억 원 등 총 3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3차보다는 더 넓고 더 두터워야 한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발언 등으로 볼 때 3차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어 최소 10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예비 후보들의 현금 지급 공약이나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의 공통점은 재정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이다. 정치권은 여전히 ‘재정은 필요할 때 언제든 당겨다 쓰면 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표를 얻는 데 선심성 복지 공약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선거용 ‘돈 퍼주기’라는 비판에도 매번 선거 때마다 선심성 복지 공약이 반복되는 이유다.
하지만 재정은 정치인들의 쌈짓돈이 아니다. 현재 국가 채무의 절대적인 수준 자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각종 복지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특히 재정을 사용할 때는 복지 담론과 성장 담론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노동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와 소비는 부진하고 기업의 역동성과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소득 양극화에 정치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조세 부담의 적정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규제 완화 등으로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동시에 논의해야 재정도 일자리도 지속 가능하다. 재정에 대한 시각 변화와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다면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재정은 사실상 빌린 돈이다. 빌린 돈은 결국 갚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김정곤 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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