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남극 얼음 아래 암흑 속에도 생명체가 산다
햇빛도 들지 않고 영양분도 없는 남극의 얼음 아래에서 해양 생물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지구에서 생물이 살 수 있는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휴 그리피스 박사 연구진은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첨단 해양과학’에 “남극 빙붕(氷棚) 아래 900m 해저에서 돌에 해양 생물체가 붙어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착생활을 하는 해양생물이 남극의 빙붕 아래에 살고 있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영하 2도의 암흑 바다에 사는 생물
연구진은 남극 남동부 웨델만의 필크너-론느 빙붕에서 해저의 퇴적물을 채취하기 위해 얼음을 시추했다. 시추공으로 카메라를 넣었더니 바다 밑바닥에 있는 돌에 해면 16개체와 따개비나 관벌레로 보이는 미상의 해양 동물 22개체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200m~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연구진은 남극 대륙 안쪽에서 물이 얼 때 돌멩이들이 같이 얼었다가 얼음과 같이 해변으로 흘러와 바다 밑으로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생명체가 그런 곳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고 밝혔다. 빙붕 아래는 수온이 섭씨 영하 2도로 낮고 햇빛도 들지 않는다. 먹잇감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고 있는 바다와도 수백㎞ 떨어져 생물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여겼다.
◇무인 잠수정 보내 직접 관찰 추진
과거 남극 탐사에서 물고기나 해파리, 크릴 같은 작은 이동형 동물이 빙붕 아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빙붕 아래에서 물속의 영양물질을 걸러 먹는 고착 동물은 발견된 적이 없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해양 생물들은 거센 조류를 타고 600~1500㎞ 흘러온 플랑크톤의 사체에서 영양분을 얻는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영상으로 확인한 해양 생물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발견 지점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연구진은 소형 무인 잠수정을 빙붕 아래로 보내 연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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